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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Mar 02. 2023

당신의 생각 이상으로 사람과 인연을 소중히 여긴답니다

[윤준식 사용설명서(6)] 2023.03.02.

절대 핑계가 아니다. 그간 브런치 글쓰기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해왔다. 아침 첫 일과가 브런치의 글쓰기 창을 열어놓는 것이었던 것이었다는... 그러나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급한 일들을 하나둘 해치우다보면 정작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들이 다음 날로 밀려간다. 창을 열어두면 뭐하나? 생각을 정리해 한 문장도 못 채운 채 다음 날로 넘어가는 것을... 그러다보니 노트북을 끄지 않은 채 열흘, 보름이 흘러갈 정도가 되어 느려질대로 느려진 노트북을 재부팅하며 "오늘은 기필코....!"라고 되뇌이지만, 그날이 드디어 오늘이 되어버린 거다.


출장온 지역에서 한토막 시간이 나서 그 시간을 활용해 브런치 글쓰기를 한다고 하면 믿어지시려나? 이어지는 6편은 '사고특성'편이다.


    *지난 편

         (1편) 지식 https://brunch.co.kr/@ventureman/31

         (2편) 기술 https://brunch.co.kr/@ventureman/32

         (3편) 경험 https://brunch.co.kr/@ventureman/34

         (4편) 성격 https://brunch.co.kr/@ventureman/37

         (5편) 행동특성 https://brunch.co.kr/@ventureman/38



(6편) 사고특성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는 제멋대로가 아닙니다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어렵게 생각한다. 이건 소년시절부터 계속되어 온 경험이기도 하다. 보통 어렵게 생각한다고 하면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한다는 맥락인데, 나의 경우는 '불편함'이 60%, '제어불가능'이 40% 정도다.


불편한 감정을 주게 되는 요인은 5편에서 설명한 '눈치없음'이 한몫했다. 특히 여성일수록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배려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거리를 많이 두게 된다. 고교시절부터 여성멤버들에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불편함을 끼치거나 부담을 주게 되면 반성의 의미로 거리두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의외로 연애사가 단촐하다. 간혹 지인 중에는 내가 모태솔로인줄로 아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내가 그녀들의 명예를 존중하기에 입을 굳게 다물기 때문이다. (여기서 방점은 그녀'들'이라는 복수형이라는 점. 저 모태솔로 절대 아님!!)


사실 불편함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와 노력을 통한 진정성 증명으로 해소된다. 그래서 나는 인연이 맺어지면 상당히 공을 들인다. 의외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많이 쏟아서 손익계산을 해보면 항상 적지않은 손해를 본다. 오죽하면 측근들이 나만한 호구가 없다며 개탄해 마지않을 정도니까...


여기서 유추해주길 바라는 것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관계를 오래 가져가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사고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따져물으며 항의하거나 관계를 종결시키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오랜 인내를 바탕으로 나름의 사고과정을 거친 후 관계를 끊겠다는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심이 굳게 섰기 때문에 결별선언까지 간다는 점이다.


쉽고 재미있는 예를 든다면, 연애도 그러했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접근했음을 인지하고 교제의 깊이와 폭이 확대되며 정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 내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잘잘못을 따져묻기 이전에 서로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정리할 수 있는 생각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녀와의 만남이 괴롭지만, 그녀가 나를 외면한채 빙그레 웃으며 그와 카톡하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이미 카운트다운이 멈춰버린 스톱워치를 부질없이 쥐고 있는 것도 이런 나의 사고특성 때문이다. 그녀의 배신을 알고있음을 통보하고 일어서 돌아버서는 식의 결말보다는, 나의 열정과 마음이 식어 그 빈 구석을 채워줄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여기게 되는게 내 맘에 더 기쁘고 좋기 때문이다. 


남녀문제를 떠나 인연의 시작은 누구나 즐겁고 신나지만 마무리는 좋지않은게 대부분이다. 나의 호의와 애정이 깊으면 깊을 수록 실질적으로는 이미 끝난 관계라 하더라도 끝까지 돌아보는게 어쩔 수 없는 나의 사고특성이다. 캠프파이어는 이미 끝난지 오래지만 하얀 장작을 계속 뒤집어가며 재를 정리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내가 버럭 화를 내며 절연한다는 건 상대방이 나에게 오랜 기간 잘못된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희생과 헌신을 해줄 필요도, 이유도, 예의도 없어서다. 안타깝고 아쉬운 건 이런 사람일수록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함께해준 나의 모습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 제3자에겐 어느 날 갑자기 봉변을 당한 사람마냥 성질 드러운 인간이라 묘사하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기에 마지막까지 인연을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한다. 간혹 정치 쪽에 발을 들여놓고선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최고다"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공공연하게 그렇게 떠벌리면서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람을 취하고 버리는 일을 밥 먹듯이 하는 분도 있는데 나는 절대로 그런 부류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최근 4~5명과의 인연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어왔다. 이미 1~2명과는 관계를 끊었고, 최근 또 2~3명이 대기중이라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소 반년에서 1~2년의 시간을 두고 고민한 문제들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나를 매우 피곤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냐면... 당연히 측근들이다. 그들 입장에선 그냥 끝내도 무방할 관계인데, 업치락뒤치락하며 계속 고민하고, 술마실 때마다 고민과 불만을 토로하며 무한루프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그렇다. 이런 나는 매우 답답하고 우유부단한 인간이다. 그러나 이런 무한루프를 돌고 있는 것 자체가 나란 사람의 사고유형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닐까?


여기까지 '불편함'을 소재로 나의 사고유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았다. 그럼 남은게 '제어불가능'인데, 그 내용은 과감히 생략한다.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진짜 오해라서다. 제어가능한 사람인데, 자신들이 정당한 근거 없이 무리한 일을 맡겨서 못 하거나 안 하는 건데, 그게 나의 문제일까? 내가 아닌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 모두가 못 하거나, 안 하는 건데 말이다. 50원 주면서 5만원짜리 팔으라는 식의 논리는 논리가 아닌데... 내가 사람이 좋아서 내 돈 4950원 보태서 5000원 짜리라도 구해주는 건데... 사람들이 말야...!!


그럼 속히 7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보겠다. 이제 또 이동해야 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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