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7일 금요일 3회차
아침 일찍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암막 커튼을 치고 자면 대체 몇 시인지 가늠할 길이 없어진다. 오후에는 약속이 많으니까 그때부터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세수를 하고 급하게 옷을 기워입고 나가자 날씨가 안온하다. 3회차부터는 달리기가 30초 늘어나는데 고작 30초가 이렇게 길다는 걸 알 수 있는 때는 딱 두 경우다. 달릴 때와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울 때. 달리다 보니 날이 따뜻해서 장갑이 무용해진다. 스포티파이에서 무작위로 섞인 2000년대 믹스를 듣고 있자니 델리 스파이스의 고백이 흐르고 어쩐지 나는 그 음악을 듣고 더 열심히 뛰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짝사랑 같은 것은 하지 않지만. 달리고 달리다 보니, 지난번에 언급했던 한강 공원이 갑작스레 그 위용을 뽐내며 등장했다. 탁 트인 한강과 작열하는 태양에 반짝이는 물결, 저 멀리 우뚝 선 공장의 굴뚝과 알 수 없는 빌딩들, 나는 이곳과 저곳을 잇는 다리 위에 서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다. 겨우 30초를 더 달렸는데 이틀 전보다 훨씬 멀리 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가 재생됐는데, 잘 들어 보면 청력 테스트 수준의 아주 작은 트라이앵글 같은 소리가 반주에 들린다. 읏따따, 하는 리듬이다.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정말 읏따따의 박자다. 때론 읏따따 따따가 되기도 한다.) 이 곡을 참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그걸 발견한 게 재미있어서 잠깐 웃었다. 검은 물은 오후의 햇살 위에서 부드럽고 투명하게 흘렀고 오리들이 빙판 위를 서성였다. 나는 오리들의 털의 질감과 내가 입고 있는 겨울 외투의 질감을 떠올리며 걸었다. 이런 것도 이야기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