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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누 Jan 05. 2022

검은 물

2022년 1월 5일 수요일 2회차

오랜만에 본가에 와서 달리기. 수면 시간은 5시간밖에 안 되고 2시간 정도 시내 운전, 전시를 본 후 필름을 맡기고 돌아와서 다시 2시간 정도 낮잠. 겨울에는 금방 몸이 굳는다. 찬 공기를 맞으며 밖으로 나섰을 때 여름에 봤던 것과는 새삼 다른 풍경에 얼마간 쇼크를 느낀다. 전부 다 베어버린 풀과 자취를 감춘 오리, 그 모든 것을 혁혁하게 비추는 백색 가로등은 달과는 다르다. 내가 대감이라고 부르던 갈색 줄무늬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 고양이를 돌보아 주던 누군가가 빛이 잘 보이는 곳에 얼마간 사료를 부어두었고 나는 어디에선가 대감이가 나타나 그 사료를 먹는 상상을 한다. 밤의 물은 검은색. 흐르고 있는 것이 정말 물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1분을 달리면 숨이 차는데 대체 내가 어떻게 쉬지 않고 30분을 달렸더라.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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