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뭇잎 Oct 18. 2024

한강의 기적이 작은 책방에도 생길까?

<6일 만에 100만 권 팔렸다…‘전례 없는’ 한강 열풍>

2024년 10월 16일 자 서울신문의 뉴스 제목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로 호명되던 10일 밤부터 온라인 서점은 결제 버튼 누르는 데까지 십분 이상 소요되었다. 나같이 작은 책방 주인까지도 한강 작가의 책을 사겠다고 덤벼들었으니. 많은 사람이 구입 시도는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노벨상 에디션이 나올 텐데,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닐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는 것조차 어려웠다. 

     

한강의 기적이 작은 책방에도 일어났다. 책이 있냐고 전화가 걸려 왔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짧았다. “아, 죄송해요. 현재는 없어요.” 언제 오나 기다리니 주문처에서 발매 예정 안내보다 입고 속도가 늦어진다는 메일이 왔다. 사려는 사람은 많으나 팔 수 없는 현실. 바쁘기는 한데, 큰 소득은 없는 상황.      


<‘한강 신드롬’ 대형서점만 웃는다···지역·독립서점은 책 못 구해 발 동동>

<유통망 구조 탓 재고 확보에 어려움, 대형서점 중심 ‘노벨상 특수’ 누려>

이제야 이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아! 동네 책방 연 지 6개월 만에 도통하는 소리가 났다. 대형 회사를 이길 생각도 없었지만, 동네 점포의 한계는 명확했다. 유통구조,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내가 책방을 열지 않았으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일 2가지. 배송비와 책방공급가. 모두 돈과 관계가 있다.

     

일단, 배송비 책정은 공급처마다 다르다. 내가 소비자로만 이용하던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모두 동네 책방 사업자를 대상으로 도매도 운영한다. 내가 책을 사들일 때는 이렇다. 알라딘은 10만 원 이하 구매, 배송비 2천 5백 원이다. 예스24는 8만 원 이하 배송비 2천 5백 원, 교보는 10만 원 이하 5천 원을 받는다. 보통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책을 사면 1만 5천 원 이상만 사도 배송비가 없다. 여기서부터 게임이 안 된다. 2천 5백 원이면, P사 단팥빵값에도 못 미치는 소소한 가격이지만, 이게 모이고 모이면 심장 쪼이는 부담이 된다.

반대로, 내가 책을 보낼 때 또한 마찬가지이다. 동네 택배 기사님과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면 (물론, 배송 횟수와 양이 중요하다) 건당 3천 원에 보낼 수도 있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우리 책방은 편의점에 들르는 게 속 편하다. 그렇다면, 무게와 거리를 최소한으로 잡아도 택배 3천 5백 원. 이것 역시 거리와 무게에 따라 1천 원, 2천 원 더 붙는다. 내가 언제부터 1천 원, 5백 원에 이렇게 쪼잔해졌나.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1백원 단위까지 염두해 두고 산 건 처음이다. 

(아, 여기까지 쓰니 고민이 된다. 독자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 돈 이야기를 많이 해서)   

  

많이들 궁금해하는 책방 주인은 책을 얼마에 살 수 있나. 책마다 또, 판매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70%에 살 수 있다. 즉, 1만 원 책은 7천 원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정가를 다 받는다면 3천 원의 이익을 남긴다. 온라인에 파는 책과 같이 10% 할인해준다면, 2천 원이 남는다. 

“왜 동네 책방에서는 10% 할인 안 해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복잡한 유통구조에 비하면 이유는 단순하다. 할인까지 해줘서는 책방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내가 운영하는 책방활짝에서는 10% 할인해주냐. 그건, 바로 마음의 불편을 감당하기 싫어서이다. 아직 지나가다 들러서 책 사는 손님의 비율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책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온라인에서 살 수 있지만, 불편하고도 느린 책방에서 사 주는 것도 고마운데. 마음의 짐을 지기는 싫다. 마치, 책방을 차렸을 뿐인데, 직장인이 되자마자 갑자기 연락한 보험판매원이 된 기분이었다. (특정, 직종을 언급하는 건 미안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친분이 있지 않은 새내기 사회인에게 ‘이제 이 정도는 당신 삶을 위해 기본으로 준비해야지.’ 하는 말을 건넨 느낌을 가지고 가긴 싫었다. 

     

이러면 책방을 접어야 하나. 장사 머리가 없는 내가 할 일은 아닌가. 유통망 구조를 탓하는 것 빼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집 앞 슈퍼에 장 보러 가기도 귀찮아하는 내가 할 말이 없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조사한 바로는 지역 서점, 독립서점, 대형 프랜차이즈서점, 대학구내서점을 포함한 전국 서점이 2천 4백 곳이 넘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과는 반대의 현상이다. 동네 책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지역마다, 책방마다 다른 공기와 분위기, 다른 분위기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 이런 점이 책방에 사람이 찾게 하는 이유이다. 또, 사람이 찾는 책방을 여는 게 누군가의 꿈이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 파악이 필요하다. 노벨문학상에서 시작한 글이 돈으로 귀결되는 징징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는 정리가, 다른 이에게는 도움이 되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에서 글 쓰지 않는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