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방구석이 드디어 나를 홀라당 집어삼키려 하는구나!
“금요일엔 꼭 술을 진탕 마셔야 하는데, 내 친구들은 왜 점점 불금을 안 보낼까? 매 주 금요일마다 혼자 감성주점에 앉아 낯선 남자가 말 걸어오길 마냥 기다릴 순 없잖아. 금요일이 저물어 갈 때면 카톡 친구창을 꼼꼼히 확인하는데, 어쩜 그리 먼저 연락할 만큼 편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니? 인생을 헛살았나봐 나.”
“매번 보던 애들이라도 겨우 연락해서 마셔라 부어라 하고 나면, 알딸딸한 취기에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성욕과 자괴감을 대충 달래면서 애기 똥구멍만한 방에 몸을 욱여넣고 잠을 자야 해. 방이 좁아서 발 쭉 뻗고 누우면 발바닥이 벽에 닿는데, 그게 또 엄청 거슬려. 그렇다고 살짝 비스듬히 누워서 잠들면 자세가 불편해선지 꼭 침대 밑으로 내려오나봐. 기억엔 없는데 눈을 떠보면 항상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
“주말이 이틀이나 되니까, 술의 힘을 빌어 내내 자버리는 것 말곤 현명하게 보낼 자신이 없어. 술에 절여진 상태로 토요일 저녁 즈음 일어나서 흩어진 어제의 옷가지를 세탁기에 주워 담고, 대충 라면에 고춧가루를 풀어 먹은 다음 또 저녁잠을 자. 오래 누워있느라 허리가 아파서 자정 즈음 깨면, 캔맥주 하나 까 마시면서 영활 보거나 게임을 하고. 피로에 눈꺼풀이 뻐근해질 때까지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슬슬 밖이 밝아오는데, 그때 커튼을 홱 치고 자버리면 뭔가 세상에 반항하는 이단아가 된 기분이 들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껴. 그러고 다시 깨면 일요일 저녁쯤 되니까 적당히 내일 출근 준비하고, 야식 시켜놓고 내 뱃살 주무르며 신세 한탄 좀 하면 월요일이 오는 거지.”
“근데 어쩌다 보니 어젯밤은 불태우지 못했어. 주중에 차곡차곡 쌓아온 수면 부족과 피로에 도수 높은 술까지 섞어 얼큰하게 취해야 주말을 버틸 수 있는데 말야. 술은 못 마셨어도 피곤하긴 하니까 대충 열 시쯤 잠들었거든? 눈을 떴는데 글쎄 아침 일곱 시인 거야. 주말이 아직 40시간도 더 남았다니! 숨이 턱 막히더라. 급한 대로 병이 예뻐서 인테리어용으로 사뒀던 양주를 까서 입에 털어 넣었어. 좀 많이 마셨나, 머리가 띵 하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더라.”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누웠어. 천장을 째려보고 있었는데, 그자식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라고. 빙빙 도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침대도 갯벌처럼, 내 몸을 이불 속으로 점점 빨아들이는 느낌이었어. ‘이놈의 방구석이 드디어 나를 홀라당 집어삼키려 하는구나!’ 무서워져서 복도 앞으로 뛰쳐나왔지.”
“응. 그러고 바로 전화한 거야.”
“......”
“아니, 아직 복도. 내방 문 앞이야.”
“...”
“그냥... 쪼그려 앉아있어.”
“...”
“아니, 못 들어가겠어.”
“......”
“너 어디 근사한 카페 아는 곳 없어? 아님 얼큰한 해장국집이나.”
“...”
“응. 그럼 지금 집 앞으로 와줄래? 여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