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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기이택생 Jun 09. 2021

무너져내림의 아름다움

당신은 경이로운 사람

사람의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내겐 아름다워 보였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단 걸 경험을 통해 알았다. 행복만 가득해 보이는 그에게도 사는 일은 고된 것이고, 가끔은 그 고됨이 견디기 어려워 사람을 찾아야 한단 걸 여러 차례 겪었다. 나를 찾아와 세상으로부터 꼭꼭 숨겨온 힘듦과 아픔을 한순간 내보이고 엉엉 울며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를 믿고 내 앞에서 무너져내린 모든 이들이 너무나 고마웠고, 그들의 무너짐을 사랑했다.


나 역시도 몇몇 사람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그들은 나를 사랑했을까. 다행히도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들 각각이 나와 우리가 되었을 잠깐새, 우리는 서로의 무너지는 모습을 사랑했다. 서로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무너지는 사람이란 점을 사랑했다. 한 번 크게 쏟아내고 나면 다시 금세 쌓아 올리는, 그 마법 같은 모습에 가슴 뛰었다. 그의 쌓아 올림에 내가 도움 될 수 있단 사실이 벅찼고, 혼자서 나를 되찾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곁에 누군가 있다는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하루를 마치고 방에 되돌아와 함께 마무리하는 서로의 시간은,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울고, 마시고, 토닥이고, 토해내는 시간이 쌓여서 사랑을 두텁게 했다. 상대방만이 아는 내 약점이, 그 포근한 안정감이 내가 알던 사랑의 본질이었다. 서로의 결핍을 내보이고 그 점을 아름다워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결핍이 없어 보이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세상에 아파하는 대신 세상을 물들이고 다녔다. 그의 생각과 몸짓에 주변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의 망막과 손끝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투명한 듯했다. 그 맑음에 반사된 빛은 그의 톤으로 물들어서, 그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 것 같았고 그가 찡그리면 세상이 시들해 보였다. 놀라웠다. 내가 알던 아름다움이 아니어서, 나는 그를 경이로운 사람이라 소개하곤 했다.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나는 그 경이로움을 품어내는 방법을 몰랐다. 반짝이는 거라면 일단 손에 꼭 쥐고 보는 어린 아이처럼, 그를 내 단짝으로 만들고 싶어 욕심을 부렸다.


어제인가. 한 친구가 나를 경이로운 사람이라 불러주었다. 내 부족한 점을 미처 보지 못했으면서, 참 못난 호칭이라 느꼈다. 그 친구도 나도 아직 모르는 게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젠 다른 감촉으로 다가오는 ‘경이로움’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돌돌 굴려보았다. 그 이름 뒤에 얼토당토않게 숨겨두었던 사랑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웃음이 났다.


애초에 아름다움도 사랑도 여러 형태라고 누군가 일러줬다면,
우리들은 서로에게 더 나은 사람이었을지도.



이 글은 황예지 작가님의 책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의 문체를 닮도록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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