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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gieon Feb 18. 2017

외로울 때엔

혼자라 미친 듯이

Berlin


떠들썩한 호스텔

분명 그 공간엔 많은 사람들과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휘몰아치는 외로움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바람을 쐬고 온다는 핑계로 무작정 길거리로 나섰다. 나긋나긋한 여름밤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길거리의 네온사인과 즐겨 듣던 음악이 함께라면 이 밤이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늦은 시각인데도 란트베어 운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조곤조곤하며 조용한 웅성 소리는 나를 더욱더 외롭게 만든다.


'혼자 하는 여행은 편하고 재밌다'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 순간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꽤나 큰 고통이다.


큰 것을 바란 것도 아니며 지인들과 친구들과 그저 저들과 같이 속삭이며 한 손에는 각자의 술을 들고 걸으며 이야기하다 지치면 잠시 앉아 쉬어가고 그런 단순한 꿈을 품는다.


달달함으로

거리엔 무언가 가득하지만 마음은 텅 빈 그런 거리를 빙빙 돌다 결국 호스텔 앞에 위치한 바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텐더에게 외로울 땐 어떤 술을 마시냐 물어보니 추천해준 아펠바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신 쓰고 신맛이 나는 아펠바인을 상상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달콤했다.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달래줄 정도로 좋은 와인이었다.


Nansen이라는 곳인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폐업을 했다고 한다. 일식집으로 바뀐다나 뭐라나.. 너무나도 아쉽다.. 하나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없어진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달콤한 씁쓸한 베를린의 외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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