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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롤 May 10. 2024

1+1 커피 쿠폰을 혼자 쓰면 이상한가요?


어제까지 써야 하는 커피 쿠폰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스타벅스 앱 배지에 붉은색 표시가 떠 있긴 했는데, 이 쿠폰을 만료일 전까지 소진하라는 알림이었다. 사이렌 오더 전용 쿠폰인 것까지는 좋은데, 편하게 같이 마실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친구라고는 지방에 사는 한 명과, 연락을 하는 둥 마는 둥 생존 신고만 하는 카톡에 있는 대학 동창 한 명이 다였다. 꼭 동갑 친구가 아니라도 겨우 커피 한 잔 같이 마시자고 불러낼만한 만만한 '지인'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많은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핸드폰을 들어 '연락처'를 열어 'ㄱ'순으로 이름을 훑어 보니 이름은 있으나 저장된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여럿 있었고, 정말 짧게 일로 만난 사람들도 많았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내 쪽에서 전화번호를 다 저장해 둔 것 같았다. 업무상 내가 연락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오로지 나의 편의를 위해서 일이 끝나면 연락할 일은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저장해 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불필요한 연락처는 모두 삭제


연락처를 삭제하는 첫 번째 기준은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부터 가차 없이 지워나갔다. 많아봤자 십분, 아니 십오 분 정도면 다 지울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7~8년 넘게 저장된 연락처이다 보니 생각보다 지우는 작업은 더디고 귀찮게만 느껴졌다. 


'언제, 날 잡고 다 지워야지' 라는 다짐을 하면서 다 지우지 못한 연락처는 그냥 두기로 하였다. 어차피 지금 지우나 나중에 지우나 현재로서는 불편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백수에게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지만, 그마저도 쓸데없는 일에 쏟아붓지 말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무엇보다 금방 염증이 나서 더 하기가 싫었다. 이름 석자나 겨우 기억날까 한 사람들조차도 연락할 일이 없는데,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을 지우면 뭐 하고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다른 의미가 생길 것도 없었다. 그냥 아무 의미가 없었다.


연락처를 지우다 저장된 삼분의 일 정도 훑어본 면면에는 내 쪽에서 먼저 '밥이나 한번 먹자'라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으로 자취를 감춰버린 경우도 있었고, 반대인 경우도 당연히 있었고, 한동안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각자의 삶을 열렬히 응원했던 그러나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경우도 있었고, 내 입장에서는 내 호의와 친절만 받아먹고 묵묵부답인 경우도 있었고, 내가 자신의 호의를 받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연락단절' 상태인 것이다. 


조금 엉뚱하지만 바라건대, 최근 일 년 간 통화나 문자 내역이 없는 사람의 연락처는 자동으로 한꺼번에 정리해 주는 앱이 있다면 좋겠다. 현재도 내가 모르는 그런 유사한 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있다면 나는 쓸 의향이 있다. 지나간 인연의 이름들을 들추어 보는 것은 아무래도 시금털털 하고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름을 지우는 일 따위 '시간낭비'라고 못을 박아 버렸다.


원플러스 원 커피 쿠폰이 불러 온 연락처 정리 사태는 이것으로 얼추 마무리 되었지만, 커피 쿠폰은 결국 누구와 먹어야 할지, 혼자서 두 잔을 다 마실지, 아니면 쿠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할지 등 몇 가지 선택지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제 오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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