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자아통합과 무아의 중도에서 유쾌하게 파도타는 영성의 삶
나는 망가져 본 적이 있다.
번아웃, 우울증, 알코올 중독.
내가 무너졌던 시절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그 시절, 빛은 눈부시기만 했고 오히려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아 이 빛 뭐야, 눈부셔 눈물좀 닦고..)
그 어둠의 끝에서 나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8배 참회와 명상을 시작한 지 59일째,
요가를 한 지도 2년 2개월이 되었다.
108배를 하며 눈물 콧물로 방석을 적시고,
원망하며 미워하는 마음을 눈물로 정화했다.
하타요가를 하며 가슴이 열리지 않는다고
고릴라 처럼 가슴을 쳐 댔지만,
이제는 안다.
내 마음이 열리지 않아서 후굴이 되지 않았음을.
(참고로 지금은 후굴이 많이 늘었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그래서,
이 여정을 글로 꼭 남기고 싶었다.
요가를 하며 만난 아트만의 짧은 단상들,
그리고 매일 수행과 명상을 하며 변화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이 외로운 싸움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싶었고
감정을 밖으로 꺼내야만 살 것 같았다.
그렇게 날것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가
어느덧 70편 가까이 쌓였다.
최근, 지인의 권유로 ‘마약류 재활상담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상담 이론을 배우는 이 시간은 내게 낯설지 않다.
나는 중독자였고, 상담을 받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수업 중 ‘영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
순간 당황스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올라왔다.
(교수님, 제가 아는 그 영성이요?!)
교수님은 말했다.
“중독 회복에서 영성은 핵심입니다.
신앙적 영성이든, 세속적 영성이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내게 영성을 직접 가르친 적은 없지만,
어둠을 통과하며 나는 스스로 영성을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영성이란,
어떤 종교의 흐름이 아니라
삶을 꿰뚫는 흐름 같은 것이다.
그 흐름을 세상에 내놓는다면,
나처럼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 잠들기 직전
필름처럼 노란 책의 이미지가 무심히 머릿속을 스쳤다.
꿈은 아니었다.
명상을 시작한 이후 종종 겪는 일 중 하나지만
이번 이미지는 너무 강렬했다.
논어 같기도 하고 도덕경 같기도 한
경전 같은 느낌의 노란 책.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그 순간 떠오른 메시지였다.
내 글을,
이제는 솔직하게 세상에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천주교인이지만,
불교 교리를 배우고 요가를 하며,
샤머니즘과 철학에서도 길을 찾는다.
남편과 지인들은 '종교 대통합'의 길을 걷는다며 놀리기도 한다.
항상 내 중심에는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지만
그것이 오해받을까 두려웠다.
그 두려움은 글을 솔직하게 내놓지 못하는 망설임으로 이어졌다.
그간 써 내려간 글들은
마치 어둠 속 진흙탕에서 방황하던 나처럼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숨어 있었다.
이제, 그 글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이려 한다.
이제 그 시간들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가벼운 무게가 되었다.
빛을 향해 가는 길 위에서,
누군가의 언어로 다시 해석되기를 바라면서.
그 노란 책은 어쩌면
미래의 내가 쓴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자가 말한 중도,
노자가 말한 흐름 따라 살아가는 삶.
그 모든 감각이 내게 말했다.
“이제는 당신이 당신의 언어로 써 내려가야 할 때입니다.”
나만의 경험을 언어화하여
다른 사람을 위로할 나만의 경전.
이제 그 책을,
써 내려가려 한다.
아니, 써야만 한다.
이 글은 나의 기록이자,
당신에게 건네는 수행의 불씨다.
유연함이라고는 없고,
(실제로 몸도 각목같았다)
계산적으로만 살던 내가
영성을 만나 파도처럼 유연하게 살아가며 느낀
감정과 통찰에 대한 기록이다.
절제와 자유,
자아통합과 무아라는 상반된 개념 속에서
중도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양극 사이 어딘가에, 나만의 중도가 있다면
이제는 그게 어디쯤인지 어렴풋이 잡힐 것 같다.
(응, 아직 멀었어..)
나는 오랫동안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는 그 문을 부수고,
정해진 법 없이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이것이 무한한 자유는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기 위해 수행을 계속할 것이다.
이 글은,
나처럼 어둠의 통로를 지나
빛으로 걸어온 여정이자,
문을 부수고 나아가고 싶은 단 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나만의 노란경전이다.
다음 편,
절망 속에서 첫 호흡을 내쉰 그 순간을 기억하며
회복의 길에 처음 발을 디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