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지 않은 모임에서 마음을 꺼내기까지
법륜스님은 슈스다.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대부분의 불교대학 학생들은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을 처음 접하고
스님의 입담과 생각에 감동하여
불교대학을 찾는다고 한다.
나는 스님의 법문을 열심히 듣는 대중은 아니었다.
그럼 불교대학에 왜 가게 됐냐?
정말 즉흥적이었다.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보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그렇게 얻어걸린 것이다.
눈앞에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를 통해서.
정토회가 뭔지도 모르고 불교는 다 똑같지 않나 생각하며
입학하게 된 불교대학이다.
그러니까,
그냥 몸으로 부딪히며 시작한 것이다.
불교대학에서는 마음공부를 기반으로 하며
조별로 나뉘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조를 이끌어주는 진행자분께 연락을 받은 순간
‘아, 나 제대로 들어온 것 맞나?’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진행자분 말투도 너무 딱딱했고,
꼭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안내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아이와 분리된 공간에서 나누기를 진행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 질문에는 저항감이 올라왔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내가 엄마라고 차별받는 건가? 서럽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다 내 마음의 괴로움이
만들어 낸 부정적 감정이었다.
그런 저항감을 안고 입학한 불교대학..
우선 가장 먼저 마주친 진입장벽은
내가 잘 모르는 낯선 이들과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 (한국인 종특)
돈 내고 가는 정신과랑 심리상담 선생님이랑도
내 마음을 몰라 제대로 못 나눴는데,
뭘 어떻게 나눠요…
그런데 법륜스님께서는 그 ‘나누기’를 엄청 강조하셨다.
불교대학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나누기'라고. 이것이 불교대학의 '꽃'이라고.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권위자의 말을 잘 새겨들으려는 까르마가 있다, 노예근성이랄까)
그래서 일단 받들기로 했다.
하라는 대로 해보자.
(권위자니까, 그런데 이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내 상(想)에 불과하다.)
길이 있겠지.
모순되게도 나는 독서 모임이나 영화 모임을 상당히
광적으로 참여하는 학습공동체 중독자였는데,
이상하게 이 모임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모임이라는 점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가 다른가 싶다.
어차피 나를 모르는 사람들인 건 매한가지인데,
기왕이면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마음 터 놓는 게 더 쉬운 거 아닌가?
(이건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땐 몰랐다)
입학식 때는 ‘나누기가 꽃’이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꽂혔는데,
지나고 보니 나를 진짜 바꿔 놓은 건, 생각과 마음을 분리하라는 그 말이었다.
흔히들 우리는 생각이 마음인 줄, 마음이 생각인 줄
착각하고 사는데 사실을 그렇지 않다고.
마음은 감정이고, 생각은 그 감정에서 비롯되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생각은 정답을 말해주는 인바디 기계 같았다.
정확하지만 차갑고 일방적이었다.
반면 마음은 체온계 같았다.
같은 숫자이지만 진짜 생명과 연결된 온도.
생각은 먼저 정답을 내리지만
마음을 느리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느린 움직임에 집중해야
살아남고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영화모임과 독서모임에서 나누던 것들은
거의 생각에 가까웠다.
분석하고, 비판하고, 사색하고, 사유하고.
그 밑에 깔린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것을 분리하는 작업이 나에게 가장 큰 고난이자
첫 번째 내가 만난 수행이었다.
그 기반을 잘 다지기 위해
도반들과 나누기할 때에도
마음과 생각을 잘 정리해서
나누기 시작했다.
초반 1-2주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에도 내 마음이 느끼는 불편함을 여과 없이 말했다.
나는 낯을 가리기 때문에(이것도 내 상이다) 지금 이 자리가
어색하고 매우 불편하지만 그래도 견디고 있다고.
그런데 놀랍게도 2-3주 정도 흘렀을 때,
내 감정을 나누는 것이 무척 편해졌다.
안전감이 느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내가 참회하는 일들도
술술 흘러나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도반들도 자기 마음을
열어 보여주었다.
낯선 타인이라 생각했던 모임이
공동체가 된 순간이다.
나는 점점 내 마음을 꺼내고, 나누고,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불교 대학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나는 이제 중독에서도 해방되었고,
마음공부도 하고 있으니
진짜 한 판 붙을라고 마음 먹은
내 가짜에고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이쯤되면 나도 진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즈음에 마음에 숨어있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가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남편과의 문제가 내 무의식 위로 조금씩 떠올랐다.
잊은 줄 알았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편:
이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 타이밍에, 남편이 등장합니다..
사연팔이 좀 할게 남편,
미안해. 사랑한다. 이제는.. 진심으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