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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케미걸 Nov 25. 2021

스토리텔링으로 살아남는 리추얼

몬스터의 리추얼 Pt. 2



“사람들이 왜 죽는 길을 택하는지 알겠어요.”

“아 이럴 때 자살을 하는구나, 감이 왔어요.”

“’죽어버릴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무섭던데요.”


걱정 한톨 없어 보이던 이들의 잇단 고백은

올해 벌어진 놀라운 현상이었다.

극단의 선택이 책꽂이에 먼지처럼 일상에 파고든 이곳은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도는

1위 자살국이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각자 알아서들 살겠죠 뭐.


자살공화국.

절대 무덤덤할 수가 없다.

그건 단지 이 나라에 살기 싫어서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살아있는 게 싫어서

세상 어디에도 살지 않기 위해

생명 유지를 자진 포기하는 사람이

여기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내 극단의 선택이 실패했을 때

세상을 둘러보았다.

위기와 경쟁과 혼란의 별에 남을 이유를 위해

세상을 다르게 봐야했다.

생존전략형 스토리텔링이

돌파구였다.


숱한 몰락과 종말론에도 세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의 어둠 한 자락을 걷어내니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각자도생의 와중에도 우리는 서로 돕고 있으며

자급자족이 무색하게 서로의 수고에 의지해

파란만장을 헤쳐 가고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 심고 거둔 먹거리로 몸을 먹이고

누군가 바닥을 깔고 벽을 세운 공간에서 일하고 쉬며

누군가 만든 옷에 감싸여 하루를 보낸다.


누군가 고안한 도구들로 편리를 더하고

누군가 가슴으로 풀어낸 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다지고

누군가 길어올린 노랫말을 위안 삼아 고비를 넘긴다.




마음이 벼랑 끝으로 기울 때면

누군가 닦아놓은 길에 서서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 여기. 세상이 돌아가는 힘이

우리에게 나오고 있다는 것을.


내 것을 손에 넣고 너를 물리치는 중에도 결국

서로를 먹이고, 살게 만드는 일에

분투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나도 모르게 세상을 구하는

서로의 히어로가 되어 살아가며

지구별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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