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만 커질 뿐
홍콩섬과 빅토리아 항구가 보이는 MTR 출구를 좋아합니다. 가까운 길은 아니지만 탁 트인 하늘을 집에 데려가는 즐거움에 습관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딴생각을 했는지 후미진 자리에 멈춰서 '왜 홍콩섬이 안 보이지?' 갸우뚱대고 있었습니다. 엉뚱한 데버티고 서서 거기선 당연히 볼 수 없는 경치를 내놓으라고 우기는 저를 보았습니다.
한발한발.
집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삶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지나버린 시간 끝에서 지금 누릴 행복을 찾으려하고
떠난 사람의 아픈 기억을 헤집어 당장 필요한 위로를 얻으려하고
오랜 상처를 더듬으며 뒤늦은 기대와 만족을 찾아헤매는 일들 말이지요.
괜찮습니다.
한걸음 가볍게 떼고나면
다시 길 위에 선
지금 여기, 나에게로
마음이 돌아올 테니까요.
오늘, 비긴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