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바다 Apr 02. 2016

사랑은 커피를 타고

생활 속의 이야기: 때론 크림과 캐러멜 시럽을 곁들여서

“엄마, 모카커피 만들어 왔어요. 일어나세요.”

커피잔에는 하얀 생크림과 캐러멜 시럽까지 띄워져 있다.

어디서 들었던지, 어디서 보았던지, 모카커피의 맛과 레시피씩이나 알아버린 아이는,  아침이 되면 엄마를 위해 모카커피를 만들어줄 생각에 냉장고 속에서 크림과 캐러멜 시럽 등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며  어제 저녁부터 살짝 들떠 있었다.

뜨겁고 까맣기만 한 커피를 아무것도 넣지 않고 늘 마시는 엄마를 위해

뭔가 맛있고 기분이 좋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가 커피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된 건, 멀지 않은 그 언젠가,  1학년을 다니던 즈음이다.

그러고는 ”just burned bean powder”에 불과한 커피가 건강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을 했던지, 어디서 들었던지,  한동안은 엄마에게 그 검고 뜨거운 음료를 그만 마실 것을 종용하다가,

자기는 커서는 절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단호한 신념을 공고하기에 이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엄마가 별로 호응을 하지 않는 것 같자,

주말 아침에는 자발적으로 엄마에게 커피를 서빙하는 즐거움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아이가 만들어 주는 달콤한 커피는 사랑이다.            


이제 3학년이 된 아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스쿨버스 안에서는 늘,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어떤 맛있는 걸 만들어 마실까를 궁리하기라도 하는 걸까.

정확히 오후 네시 십오 분에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뛰어 들어와 가방을 거실에 던져놓고, 엄마랑 형아에게 제가 오늘 새로 개발한 레시피를 맛볼 의향이 있는지를 묻고는 즉각 과일 슬러쉬나 바나나 스플릿 같은 종류들을 만들어 엄마와 형아에게 대령하곤 한다.

학년이 바뀌어 동생보다 한 시간 일찍 집에 돌아오게 된 형아는, 엄마가 준비해 둔 간식을 일차로 먹으며

한 시간쯤 쉬고 있다가, 동생이 돌아와 만들어 제공하는 음료를 기꺼이 너그러이 시음한 다음,  작은 아이가 만든  “오늘의 레시피”를 평가해 주는데, 대게는 건조하고 시니컬하다. 곧 언쟁이 붙는다. 그렇다면 주말 아침에, 엄마에게 특별히 정성을 담은 모카커피를 대령하고 작은 아이가 얻는 것은?? 별 다를 게 없다.  더 많은 평소 아침보다 더 많은 XOXOXOXOXO, 그리고 평소 아침에 느긋하게 맛볼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달콤한 것이 많이 들어간 아침식사…. 그래, 오늘 아침은 작은 아이의 모카커피로 시작을 했다. (그래도 엄마는 그냥 심플한 블랙커피가 좋단다).


아이는 이제 자기 나이를 세는데 열 손가락을 다 써도 모자라는 나이가 되었다.

더운 여름날 오후 쇼핑을 마치고 몰의 한켠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데, 엄마 옆에 딱 달라붙은 작은 아이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엄마, 나도 뭐 하나 시켜도 돼?” 당연하지….

자기가 주문할 차례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 "프라푸치노 리본 미니"라는 처음 들어 보는 팬시 한 이름의 메뉴를 주문하는 녀석.

다른 친구들은 일주일에 세 번씩은 마신다는데 엄격한 부모를 둔 나는 한 번도 못 먹어 봤다는 애교 섞인 푸념에 나도 오늘은 정신 나간 엄마 대열에 얼떨결에 합류한다.

드디어 친구들과 프라푸치노 경험을 공유하게 되어 싱글벙글하는 소년.

커피라는 어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기호를 이제는 인정하고 동참해 보고 싶은지,

냉커피 슬러쉬를 받아 든 아이는 그 팬시한 이름과, 풍부한 시럽과 캐러멜에 묘한 색깔에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 어른들의 세상에 초대되어 얼떨떨하면서 신이 나는 듯, 연신 생글거리는 미소에 반짝이는 눈을 하고선 시원하고 달콤하고 자극적인 음료를 빨대로 마신다. 엄마에게 커피는 일용할 양식이고, 아이에게 “커피”는 어른의 세계에 발을 담가보는 모험이다.


이제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이의 일상을 나누고 아이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가 달콤한 시럽처럼 곁들여 지겠지...사랑은 커피를 타고...



© 2016 Yoon Hyunhee all right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세살 짜리 남자 아이에게 이름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