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봄은 언제나 조급한 발걸음으로 휴스턴을 찾아온다
강한 햇살과 풍성한 구름 밖에 자랑할 것이 없던 동네에
변화무쌍한 색감을 보여주는 봄의 밤 하늘을 발견하게 된 것은 은근한 즐거움이다.
올해도 조금 일찍 찾아온 봄.
Mark Rothko의 모노톤 혹은 투톤으로 채색한
거대한 많은 작품들을 맨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Rothko의 캔버스는 모두가 거대하였고,
이분할 또는 삼등분할 된 캔버스에 세 가지 이상의 색을 입히지 않았다.
마음이 끌리는 색감들이 있었으나, 종국엔
좋은 학교를 나오고 부자 친구를 많이 둔, 때를 잘 만난 화가라는 생각.
휴스턴 봄 밤 하늘에서 Rothko를 만나는 일은 뜬금 없단 생각도...
오늘 같은 봄 밤이 알려주었다.
Rothko와 그의 그림이 널리 알려진 이유는 그가 좋은 학교를 나오고
부자 친구가 많았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는 과묵한 사람이었을까?
자연에 마음을 담그는 사람이었을까?
오늘 저녁 생각해 보니 아마도 바보는 아니었던 듯 하다.
오 이런, 그러고 보니 그는 예일에서 그림을 배운 사람이었지.
그의 말년 작품들은 거대한 암흑이었다.
말 그대로 거대한 캔버스를 검은색으로 채워 넣는 일련의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색채의 향연의 마지막 또한 거대한 암흑일 뿐이다.
오늘 밤 역시, 마지막에 우리를 품어 앉는 색깔은 검은색이다.
마지막 이 사진을 친구가 불러주었다.
또로록 달빛 소나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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