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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Aug 29. 2020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상실의 시대

"그러니 우리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자연뿐이다. 거의 본능적으로 우리는 실외로 바깥의 정원으로 발을 옮긴다. 나무들이 소슬거리는데서 그리고 별들 아래서 우리는 더욱 자유롭게 호흡한다. 그곳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우리는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 간다. 삶이란 그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뿐이다. "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가을 학기의 시작과 함께 대학 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 역시 부모곁을 떠나 동부로 북부로 혹은 유럽을 향해 탐험의 여정을 떠나갔다. 어느덧 주니어가 된 큰 녀석도 학교로 돌아갔다. 지난 이년간 동고동락해 온 다른 다섯명의 로켓보이들과 의기투합해, 우려 가운데서도 학교 앞의 집을 한 채 빌려 단체 생활을 시작했다. 실질적인 fraternity를 형성하게 된 것인데, 그들만의 리그 시작을 앞두고 큰 녀석은 조금 들떠 있었다. 맴버들은 모두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 운동팀의 탑플레이어였던터라 자기관리가 철저할 것은 의심치 않는다. 학교는 자체 대쉬보드를 온라인으로 띄워놓고 매일 코로나 검사와 감염 발생 상황을 업데이트 하고있다. 전국의 학교들이 캠퍼스를 닫아 걸은 가운데에서도 실용주의적 철학에 기반한 용기있는 몇몇 학교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철저한 준비로 펜데믹의 최전선을 해치고 앞장서 나간다. 불확실성이 세상을 잠식해가는 가운데서도 미래를 향한 신중한 행보들은 조용히 이어진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 함께 한 역사이기도 했지만, 긴 전염병의 유행끝에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교통사고라든가 질병으로 인해 예고없이 인생의 종착역에 강제 하차당할 가능성은 모든 인간이 고루 나누어가진 잠재적인 위험이지만, 펜데믹의 시절은 어떤 운 나쁜 사람들에게는 그 종착역을 향한 익스프레스웨이일 수도 있다. 개개인들의 절망적인 사연들로부터 한발 물러나 확장된 시간을 바라보면 전염병이 불러온 긴 소요사태의 끝에서 인류는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지난 시절의 고난을 보상해왔다. 그러니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탐구를 이어가는 한 현재의 사태의 진정 역시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그 소란스럽던 에이즈와도 인류는 공존하고있고 코로나의 종국은 대상포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잠복형 질병?이 될거라는 것은 애초부터 각오했던 사실이 아닌가. 파괴되고 와해된 생태계와 질서의 재건을 위한 청사진과 설계도를 손에 들고 분주하게 움직일 날들이 올 것은 틀림없다. 거대한 위기의 시간은 그것을 뜷고 살아남은 자와 스러져갈 자들을 가르는 분수령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현재라는 시간은  숨죽여 사태를 면밀히 관망하고 이후의 시간을 준비하는 일로 몸과 머리가 분주해야 할 시간이기도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때때로 엄습하는 상실감과 발작적인 불안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날들이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출간되었어야 할 두번째 책은 시절의 상황을 감안하여 내년 봄으로 연기했다. 출간의 연기는 감정적 타격을 주지 않는 일이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과의 예정된 만남과 약속들을 여러번 연기끝에 마침내 취소하고 나니  기운이 썰물처럼 온몸에서 빠져나갔다. 예약되었던 비행기 티켓도 환불씩이나 해주겠노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상실감이 회오리처럼 밀려왔다. 때마침 허리케인도 이곳을 향해 불어오고 있었다. 허리케인에 앞서 마음이 공중에 날린 종이장처럼 두서없이 날아다녔다.     

 


팔월 마지막 주의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허리케인  마르코와 로라가 멕시코만에 상륙할 예정이었다. 그 둘의 full name은 마르코 루비오와 로라 부시. 공화당인 플로리다 상원의원과 부시 대통령의 부인의 이름이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멕시코 만으로 날아오다니 참으로 시의적절한 이름을 가진 허리케인이었다. 두 개의 허리케인이 하루 상간으로 연타를 때리는 것은 1900년 이후 처음일어나는 일이라 했다. 세기적인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소식에 남부지방 거주자들은 50만이 대피 행렬에 오르고 잔뜩 긴장했으나, 마르코는 뭍에 오르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시속 145마일의 속도로 날아와  "unsurvival storm surge"를 선사할거라던 로라 여사는 루이지애나로 방향을 틀어 텍사스를 비켜갔다. 두 허리케인 모두 텍사스에는 비한방울 뿌리지 않고 지나갔고  동쪽으로 날아간 허리케인도 예상했던것만큼 심각하지 않다. 50만은 왜 대피를 해야했던건가?


 역사에 길이 남을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를 거대한 호수로 만들어 버린 것도 3년전 같은 날의 일이다. 애지간한 허리케인이 예고하는 물리적 폭력에는 이제 담담할 수 있다.  그 지독한 비바람들이 대륙을 향해 날아오는 날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고정된 때를 가지게 된 것은 무섭다.  8월로 허리케인 시즌이 이로서 막을 내린 것이기를.... 그리고 가을날의 산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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