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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Aug 01. 2021

미술의 마음, 인연의 풍경

<미술의 마음>에 써주신 김수진 건축가의 추천사

미술의 마음

시드니에서 김수진. 건축가



빛은 결국 보는 것이다. 미술과 심리학이라는 다른 분야가 만나 생기는 사이의 틈을 섬세하게 조망하면서 그곳에 숨어 있는 마음의 구석을 어루만지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드러나는 나의 빛과 그늘 또한 만나게 된다. 켜켜이 쌓인 어두움을 뚫고 자신의 빛을 찾는 여행.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립을 통해 빛은 태어났다가, 자기만의 방에 고요히 고였다가, 생의 환희를 움켜쥐는 순간 반짝이다가, 공간의 침묵으로 침전되었다가, 도시의 구석을 비추는 빛으로 흐르며 상처 난 속살을 가만히 만지다가… 결국 우주적 시공간을 알알이 채우는 환한 빛이 된다.

연결할 수 있는 힘과 창의력은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성찰하는 내면의 깊이에서 나온다. 또한 동시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추하는 열린 사고의 넓이에서도 나온다. 미술사에 대한 이해과 심리학에 대한 지식, 횡적, 종적 사고가 만나는 접점에서 반짝이는 통찰을 저자는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따스한 오후 햇빛처럼 가만가만 속삭여준다.


창은 안과 밖의 경계인 동시에 빛, 바람, 시선의 통로이다. 작가는 강한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주장하기보다 파도타기 같은 이야기의 연결을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창을 열어주고 바깥의 풍경을 전해주어 독자 스스로 더 생각하고, 보도록 이끌어준다.


이 또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했을 공감과 소통을 통한 회복이라는 메시지와도 연결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의 액자에서, 그림 속 창문에서, 행간과 행간 사이 침묵의 공간에서 속살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지치지 말자고. 외롭지 말자고. 빛이 이미 함께-지금-여기 있다고. 먼저 찾아와 빛이 된 이들이 남기고 간 마음을 들으라고. 결국 소통이란 서로가 서로의 창문에 빛을 보내주는 것.


겨울이 나날이 깊어져 가는 추운 남반구에서 이 책이 보내준 빛과 색과 온기에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창밖의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https://brunch.co.kr/@vhee000/58



우리의 현실생활이 온라인으로의 확장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취미와 전문성의 공유가 일상이 되고 어쩌면  현실의 생활보다 더 중요한 무게를 가지게 된 것은 펜대믹이 가속화시킨 현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타버스라고도 불리는 그곳에서는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사회적 페르소나를 벗어두고, 한켠으로 밀쳐져 있던 자아의 민낯으로 활개를 펴는  또 다른 현실이 진행되고  있다. 현실공간의 확장이자 다차원화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둥지를 튼지도 어언 5  지났다. 여백 충만한  글쓰기 플랫폼이 그런 메타버스의  지류인지는 모르겠다. 도구의  활용도는 각자의 몫이니.


삶의 연륜을 이야기    있을 만큼의 시간을 살다보면 핵심 인싸이더의 시절도 아웃싸이더의 시절도 골고루 겪어가게 마련이다. 무한정의 글쓰기를 허용하는   공간은 내가  마음터놓고 이야기   하나 없던 어렵던 시절, 우리글을 잊지 않기 위해 조용히 들어와 혼자 독백하던 공간이었다.

 공간은 처음 시작이 그러했듯이 여전히 내게는 아날로그적 성을 충전하는 장이자, 나를 미화할 것도 치장할 필요도 없는 독백의 공간이다. 특정 공간에 대한 초기 설정값은 환경이 변해도, 시간이 흘러도 쉽게 수정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백은 어디론가 퍼지면서 미약한 메아리를 울리기도 하고, 발신된 신호는 어디론가 수신되기 마련이다. 주파수가 맞는 인연에겐 지리적 경계는 무의미하고 인연은 어떤 형태로든 진화하기 마련이다. 신간의 추천사를 써주신 김수진 건축가는, 발신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독백의 시그널을 수신했던,  밝은 인연이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날아든 짧은 텍스트 메세지는 내 독백이 독백으로 머물러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녀는 성공한 덕후라는 낯선 단어의 의미를 내게  알려 주었다.


그녀가 추천사를 쓰기까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여러명의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시간  길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다재다능한 건축가의 전형을 그녀에게서 발견했다. 그녀의 건축철학을 공감했고, 그녀가  많은 글을 쓰고, 그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글을  누구보다  이해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어려울 수도 있는 부탁을 김수진 건축가는 기꺼이 받아들여 정성스런 장문의 추천사를 썼고, 나는 정확하고 정성스런 그녀의 글을 책의 표지에 담았다. 글동무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복수의 추천사를 담아야 했던 지면의 한계로 미처 온전히 담을   없었던 그녀의 문장들을 묵혀두긴 아깝고  미안했다. 남반구에서 차가운 대기를 호흡하고 있을 김수진 건축가에게 서울의  열기를 전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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