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경영인이자 젊은 세대의 멘토가 되시는 분이 말씀 중에 아들 둘 (혹은 셋을) 키운 엄마들을 일컬어 장군이라고 하셨다. 장군같은 엄마들이 사회에 대한 관심을 꺼트리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태도를 칭찬하는 말이었다. 장군이는 꼬물 꼬물 기어다니던 무렵의 첫 아이를 부르던 애칭이었지, 그 엄마인 나를 부르는 말은 아니었다. 그 분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나는 장군이었다. 그러나 나의 장군 시대도 어느덧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주말에 기숙사에 입주시킨 아들은 오늘 첫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에니메이션 밥 더 빌더 bob the builder 와 토마스 기차, 배, 비행기를 좋아했던 큰 아이 장군이는 캐나다 유치원 담벼락 가득 대한항공을 그려놓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대한항공을 정확하게 발음하도록 훈련시키곤 했다. 그랬던 아이는 자라면서 무기체계와 전쟁사에 유독 관심을 가지더니, 로켓 혹은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비행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결국엔 fast moving meatball이라 별명을 붙인, 초음속을 연구하는 이탈리아 출신 젊은 교수의 연구실에서 배우고 있다. fast moving meatball.세 단어로 정의한 연구자의 정체성이라니... 이 아이는 개인적인 관심사와 진로 결정에 관해 부모로 부터 전폭적인 심리적 지지를 받고 자라난 ego-syntonic developmental trajectory.,, the confirmed case다.
뼛속까지 공학도인 첫째아이와는 달리, 사교성 넘치는 둘째는 아기때 부터 스트로우베리 쇼트케잌이 제일 좋다했고, 난 핑크색도 좋아한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겨주곤 했다. 타고난 귀염성과 배려, 아이가 내보이는 풍부한 감정의 레퍼토리로 인해 이 녀석의 주위에는 친구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마져 늘 서성이고 있었다. 딸 노릇을 한다는 전형적인 둘째 아들로 자라난 녀석은 하이틴이 되자 감정표현이 분명하다 못해 흘러넘칠 지경이었고, 통제되지 않는 감정의 노출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장군같은 엄마와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핑크를 좋아하던 베이비 보이는 과연, 감성 충만하고 자신의 정서적 안녕을 지상과제로 하는 전형적인 미국 아이로 자라났다. 두 녀석을 키우면서 가끔 둘 다 마음에 안들게 행동할 때는 왜 또다른 대안, 세째를 낳지 않았을까 잠시 잠깐 후회가 되는 순간도 있었다.
기숙사에 들어간 첫날밤 보내 온 사진에는 내가 물감을 발라 놓은 캔버스가 가득했다. 자기 방을 가득 장식한 그림은 고스란히 두고, 구석에 쌓아 두었던 완성되지 않은 변변챦은 그림들을 들고 가 홈 스윗 홈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푸른 구름, 푸른 언덕을 빗대 희망한 미래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푸른 구름이라니...푸른 연기는 본듯도 하지만, 푸른 하늘엔 언제나 흰구름이다. 푸른 구름은 없고, 흰구름만 몽실몽실 떠간다. 손에 잡힐듯한 상쾌한 흰구름만...
조나단 라우쉬가 2018년에 출간한 "행복 곡선: 인생은 왜 50세 이후 반등하는가? 라는 제목을 단 책에서, 그는 인생의 행복 곡선이 바닥이 평평한 u자를 그린다고 주장한다. 50을 기점으로 upward spiral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별 삶의 만족도 곡선이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오랑우탄 침팬지 역시 나이먹음에 따라 행복도 증가가 유의미하다고 보고한다. 이 상승곡선은 40대까지 인생의 hard crash 경험의 누적과 그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그러니까 반쯤 포기하는 현실인식이 포함된 것인데....그렇쟎아도 나의 장군시대를 마감하며, 두 아들과 나의 개인적인 developmental trajectory를 평가하고 있던 참인데, 이런 전지구적 데이타와 생물학적, 유전학적 데이타에 근거한 결론을 들이대며 인생은 아마존 스마일 곡선이란 주장을 담은 책이라니.... 나로서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참 시의적절하다. 웃고 살 일이다.
허리케인 헨리가 동부를 강타하고, 코비드가 다시 역성을 부리고 있는 현실이지만 오늘도 눈에 가득 들어오는 그림은 맑고 푸른 하늘과 예쁜 구름의 하모니다. 그리고 뜨겁지만 쾌청하고 상쾌한 공기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