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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Apr 26. 2020

격리 생활 중 NTC 찬양기

절망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방법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니, 이제 꼬박 두 달을 채워간다. 지난주부터는 이틀은 오피스, 사흘은 재택하는 방식으로 바꾸긴 했으나, 여전히 역병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재택근무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 하면 몇 년간 유지해온 생활 루틴이다. 보통 퇴근길에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퇴근 이후 시간과 분리하기 위해서 의지를 다진 후 늘어지지 않도록 집에 오자마자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피트니스 센터에 가거나, 요가 매트를 깔고 홈 피트니스를 했었다. 운동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소소한 일들을 돌보다 다시 출근 준비.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몇 가지 행동 패턴을 루틴화 해 두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은 거의 매일 빼먹지 않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 이후 일상 루틴 중에 몇 가지가 빠지고 나니,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된 문제가 아주 자연스럽고 게으르게 운동을 빼먹는다는 점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피트니스 센터는 갈 수도 없었고,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었던 홈 피트니스도 집에서 미루고 미루다 시간을 놓쳐 빼먹기 일쑤였다. 그렇게 2주쯤 보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찾은 게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이다.



 NTC는 몇 년 전에 요가 권태기가 왔을 때 잠깐 이용했다가, 작은 화면으로 요가 동작을 따라 하기가 너무 불편해서 바로 관뒀는데, 인터넷 게시글을 보다가 NTC 안에 ‘플랜’이라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열게 됐다. ‘플랜’은 애플리케이션 내에 있는 몇 십개의 운동 동영상을 골라 계획을 짜주고 과정을 체크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다. 목표, 운동 시간 등 몇 가지 설정을 해두면, 그에 맞게 타임라인부터 운동 강도까지 알아서 조정을 해준다. 짧게는 6분부터 길게는 45분까지 날마다 새로운 운동 루틴을 제안하고, 운동이 끝나면 내가 느낀 운동의 강도를 입력할 수 있다. 내가 입력한 값에 따라 운동 프로그램을 재설정해준다.


플랜을 짜기 위한 몇 가지 질문1. 사용 가능한 도구 입력하기


플랜을 짜기 위한 몇 가지 질문2. 가능한 주당 운동 횟수


플랜을 짜기 위한 몇 가지 질문3. 러닝 포함 여부. 러닝을 포함시키면 NRC(나이키 런 클럽) 앱 기록과 연동이 된다.


 없던 습관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목표 설정과 기록이라고 생각하는데, NTC는 그야말로 홈 피트니스의 루틴을 만들어 주는 코치다. 데일리 과제가 업데이트되고, 했는지 여부를 기록하고, 내 상황에 따라 조정까지 해주는데 심지어 무료다. 개인 트레이너만큼 섬세한 관리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격리 생활 중 나를 잡아줄 도구가 필요했던 차에 한 달간 운동을 지속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작은 거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했는지 안 했는지 기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자발적이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작더라도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 자꾸 실천하게 되고, 하루하루 클리어해 나가다 보니 완벽한 클리어를 결심하게 되는 심리를 잘 간파했다. 별 건 아니지만, 한 주가 끝나면 한 주간 운동 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 시간과 강도를 리스트업 해서 따로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로 4주간 ‘시작하기’ 플랜 마지막 운동을 마쳤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군살 빼기’ 플랜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 주가 끝나면 한 주간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요약 페이지 메시지가 온다.


 쿨한 브랜드들이 사랑받는 원인을 분해하다 보면, 결국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키워드를 찾게 되는데, 이 ‘진정성’은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구구절절 써놓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고객이 “진정성 있다”라고 느껴야만 확인될 수 있고, 고객은 그 브랜드가 비즈니스를 위해 결국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를 통해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시가 총액 180조짜리 이 거대한 글로벌 대기업이 여전히 수많은 빅 팬을 양산하고,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장해갈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잘 만든 캠페인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수많은 트레이너를 모으고 함께 영상을 만들고, 이를 조합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일련의 플랜을 고객에게 무료로 선보이고, 꾸준히 관리하는 일. 애플리케이션이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을 투자하는 일. 결국 일련의 선택지들을 통해 진짜 고객의 ‘건강’과 ‘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 결국 한 브랜드가 고객으로부터 ‘진정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수익을 넘어선 ‘스피릿’에 가까운 목표가 스마트한 전술로 잘 풀어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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