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방법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니, 이제 꼬박 두 달을 채워간다. 지난주부터는 이틀은 오피스, 사흘은 재택하는 방식으로 바꾸긴 했으나, 여전히 역병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재택근무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 하면 몇 년간 유지해온 생활 루틴이다. 보통 퇴근길에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퇴근 이후 시간과 분리하기 위해서 의지를 다진 후 늘어지지 않도록 집에 오자마자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피트니스 센터에 가거나, 요가 매트를 깔고 홈 피트니스를 했었다. 운동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소소한 일들을 돌보다 다시 출근 준비.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몇 가지 행동 패턴을 루틴화 해 두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은 거의 매일 빼먹지 않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 이후 일상 루틴 중에 몇 가지가 빠지고 나니,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된 문제가 아주 자연스럽고 게으르게 운동을 빼먹는다는 점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피트니스 센터는 갈 수도 없었고,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었던 홈 피트니스도 집에서 미루고 미루다 시간을 놓쳐 빼먹기 일쑤였다. 그렇게 2주쯤 보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찾은 게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이다.
NTC는 몇 년 전에 요가 권태기가 왔을 때 잠깐 이용했다가, 작은 화면으로 요가 동작을 따라 하기가 너무 불편해서 바로 관뒀는데, 인터넷 게시글을 보다가 NTC 안에 ‘플랜’이라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열게 됐다. ‘플랜’은 애플리케이션 내에 있는 몇 십개의 운동 동영상을 골라 계획을 짜주고 과정을 체크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다. 목표, 운동 시간 등 몇 가지 설정을 해두면, 그에 맞게 타임라인부터 운동 강도까지 알아서 조정을 해준다. 짧게는 6분부터 길게는 45분까지 날마다 새로운 운동 루틴을 제안하고, 운동이 끝나면 내가 느낀 운동의 강도를 입력할 수 있다. 내가 입력한 값에 따라 운동 프로그램을 재설정해준다.
없던 습관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목표 설정과 기록이라고 생각하는데, NTC는 그야말로 홈 피트니스의 루틴을 만들어 주는 코치다. 데일리 과제가 업데이트되고, 했는지 여부를 기록하고, 내 상황에 따라 조정까지 해주는데 심지어 무료다. 개인 트레이너만큼 섬세한 관리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격리 생활 중 나를 잡아줄 도구가 필요했던 차에 한 달간 운동을 지속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작은 거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했는지 안 했는지 기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자발적이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작더라도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 자꾸 실천하게 되고, 하루하루 클리어해 나가다 보니 완벽한 클리어를 결심하게 되는 심리를 잘 간파했다. 별 건 아니지만, 한 주가 끝나면 한 주간 운동 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 시간과 강도를 리스트업 해서 따로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로 4주간 ‘시작하기’ 플랜 마지막 운동을 마쳤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군살 빼기’ 플랜을 시작하려고 한다.
쿨한 브랜드들이 사랑받는 원인을 분해하다 보면, 결국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키워드를 찾게 되는데, 이 ‘진정성’은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구구절절 써놓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고객이 “진정성 있다”라고 느껴야만 확인될 수 있고, 고객은 그 브랜드가 비즈니스를 위해 결국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를 통해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시가 총액 180조짜리 이 거대한 글로벌 대기업이 여전히 수많은 빅 팬을 양산하고,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장해갈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잘 만든 캠페인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수많은 트레이너를 모으고 함께 영상을 만들고, 이를 조합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일련의 플랜을 고객에게 무료로 선보이고, 꾸준히 관리하는 일. 애플리케이션이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을 투자하는 일. 결국 일련의 선택지들을 통해 진짜 고객의 ‘건강’과 ‘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 결국 한 브랜드가 고객으로부터 ‘진정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수익을 넘어선 ‘스피릿’에 가까운 목표가 스마트한 전술로 잘 풀어질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