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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Sep 04. 2022

진정한 ‘고요’를 찾아서

다시 만난 요가, 버거운 일상을 버티는 힘

  이어질 글은 요가 찬양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육아로 혼이 나간 엄마를 잡아주는 요가에 대한 감사 수기다. 출산을 하고 70일쯤 몸이 거의 풀렸다 생각이 들었을 때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운동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일상을 잘 꾸린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 고민했던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 운동을 다시 시작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빠른 회복을 기대하며 자연 분만을 했기 때문에 출산 한 달 후면 수영이든 러닝이든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몸의 회복이 느려서 근 두 달 만에야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요가를 다시 시작한 것은 출산 후 7개월 만이었다. 나름대로 요가와의 역사가 좀 있어서 (지난 글, <내 짧은 운동의 역사>) 6, 7년 전쯤 한계를 느끼고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조건에 꼭 맞는 대안을 찾다 보니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날, 내가 왜 요가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1년 반 정도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챙겨했던 요가가 왜 늘지 않았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육아를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속이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그런 내게 요가는 그야말로 ‘고요 가능하게 하는 운동이다.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 깨달은  있다면, 그냥 물리적으로 조용하다고 해서 마음이 고요한  아니란 사실이었다. 아기와 둘이 있는 집은 아기가 울지 않으면 절간처럼 조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시끄럽고, 뇌가 하루 종일 가동되는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시간을  뜻대로 주도할  없었던 탓이었다.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일상은 온전히 아기의 것이다. 아기가 울면  우는지 살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고, 아기의 루틴에 맞춰, 밥부터 산책, 놀이까지 준비해야 한다. 아기들이 낮잠을 잔다고 해도, 온전히 엄마의 휴식 시간이  수는 없다. 아기가 언제 깰지 모르는 시한부 휴식이기 때문에  마음껏  시간을 누리긴 곤란하다. 남편이 출근하는 아침 7시부터, 퇴근해 돌아오는 저녁 7시까지 장장 12시간을 아기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기조로 보내야 한다.  시간을 내가 주도할  없는 일상은  정신없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다시 시작하게 된 요가는 선물 같은 ‘고요’의 시간을 준다. 아기를 재우고 집을 나서서 요가원으로 향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온전히 주도하는 시간이 시작되고, 요가원에 들어 서 요가 매트를 깔고 수업을 기다리며 명상을 하고 있으면, 세상에 온전히 나뿐인 듯한 기분이 든다.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어려운 동작을 하고 있노라면 잡념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나, 그리고 운동하는 내 몸에만 집중하며 쏜살같은 1시간이 흐르고 나면, 진정으로 잔잔하고 조용한 상태가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6, 7년 전, 요가를 하고 한계에 부딪혔던 나는 일상이 그리 버겁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에도 회사와 일에 치이며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고 요가를 했지만, 운동하는 내내 잡념에 시달렸던 이유는 회사와 일이 주는 일종의 자극과 쾌감에서 그리 벗어나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가 동작을 하는 와중에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기도 하고, 오늘 미팅에서 있었던 언쟁에 대해 곱씹기도 했던 건, 내적 고요보다 일이 주는 자극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에 집중하라’는 요가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을 터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면, 아기가 예쁜 것과는 별개로 일상의 의무와 책임에서 그야말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온다. 정말로 딱 1분만 눈 감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거의 매일 찾아온다. 아기를 돌보는 낮엔 그런 찰나의 욕구를 잘 쌓아 두고 있다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육아 바통 터치를 하고 나서 도망치듯 요가원으로 향한다. 그렇게 얻은 귀한 시간엔 오직 근육에만 집중하며 ‘현재’의 시간을 난다. 육아로 보내는 일상이 버거우니, 요가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전쟁 같은 일상을 나는 엄마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에서 얻는 내적 고요다. 내가 온전히 주도하는 1시간의 고요를 찾고 나면, 근육만큼 마음도 단단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한층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내일의 육아를 준비한다. 매일 크는 아기만큼 내 마음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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