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개-'는 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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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곳은 정말이지 애견국가, 온 세상이 반려견 천지다.
작은 비글이나 닥스훈트도 많지만 사람 허리만큼 키가 큰 대형견들도 지하철이나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웬만한 곳들은 다 반려견 출입이 허용되기 때문에, 옷가게나 갤러리에서 견공님들과 함께 나란히 쇼핑을 하거나 관람하고는 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었던 것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개를 기르는데, 독일주택의 화장실에는 한국처럼 바닥 배수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형 마트에 가도 배변판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렇다면 이 많은 개들은 어떻게 매일 볼일을 해결하는가? 욕조에 들어가기라도 하나 생각했던 나의 의문은 어이없게 풀렸다. 아래로부터는 내 친구 슈테판의 설명을 옮긴다.
보통 독일인들은 반려견에게 하루 두 번에서 세 번의 산책을 시켜준다. 주 목적 중 하나는 배변이다. 밖에서 배변하는 것을 훈련시킨다. 당연히 규칙적으로 꼭꼭 데리고 나가주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여건이 허락될 때까지는 개를 기르지 말아야 한다고.
지금 내가 잠시 함께 살고 있는 아니카는 직장인이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빵을 사러 가는 것을 겸해 개를 산책시킨 뒤 돌보미에게 개를 맡기고 출근하고, 점심에는 돌보미가 대신 산책을 시켜 준다. 물론 소정의 돌봄 비용을 지불한다. 그녀가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 역시 배변 산책이다. 이 집에서 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얼마전 기르던 강아지가 노령으로 인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새로운 가족 유기견을 입양한 내 동료 슈테판의 경우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 있고 자택 돌봄 서비스에 맡기기에는 너무 큰 덩치와 지나치게 많은 활동량 때문에 산책 프로그램에 강아지를 맡긴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대리인이 강아지를 픽업해서 들판으로 데려간다. 다른 강아지들과 뛰어놀게 하고, 간단한 훈련도 좀 시키고 밥도 먹인 뒤 퇴근에 맞춰 데려다 준다. 강아지들의 상황과 모습을 사진과 영상,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주인들에게 보여준다. 일종의 강아지 유치원이다. 그는 여기에 한 달에 50에서 60만원 가량의 돈을 내지만 아깝지 않다고 한다. 그는 자기 상황에 따른 비용 발생을 알고 있었고, 다 감당할 각오를 한 뒤에 강아지를 데려왔다. 강아지는 자기 인형이나 오락거리가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강아지가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처럼 자기도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한다.
베를린 시에서 강아지를 기르려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1년에 100유로 가량, 13만원 정도의 돈이다. 개똥 등으로 인해 더러워지는 환경을 미화하는데 쓰이는 예산이기도 하고, 책임비이기도 하다. 개를 전문적으로 분양업체는 없고, 출산 공고를 신문에 낸 가정견을 개인 대 개인으로 분양받거나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가 분양받는다. 돈만 낸다고 다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개를 기르기에 좋은 환경에 살고 있는지, 학대 등의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지, 규칙적인 산책 등 인도적이고 책임감있는 양육이 가능한지를 확인받은 뒤에야 반려견을 기를 자격이 주어진다. 이 등록을 통해 혹시 개가 유기되거나 할 경우 주인에게 법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
개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기초적 사회화 트레이닝을 받고, 그 덕분에 지하철에서 가만히 잘 앉아 있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덤벼든다던가 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훈련이 덜 되어 덤벼든다던가 소동을 피우는 개가 있다면, 그 즉시 주인의 조용하지만 따끔한 꾸중을 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튼튼한 가죽 줄에 꼭 매여, 때로는 입마개를 착용하고 주인의 무릎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는 개들을 볼 때면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