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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Dec 25. 2018

도쿄, 예쁘게 먹는 즐거움

도쿄역 - 아사쿠사 하타바타 - 마루고토 닛폰 - 미드타운 리오 브루잉코




큼지막하게 '지르는' 것에는 딱히 관심도 없고, 약간 겁을 내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지품을 아기자기하게 꾸려서 '예쁜 것들을 지니기 위해' 부지런히 소비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무용품, 지갑, 핸드폰케이스, 다이어리 같은 것의 디자인들을 내 취향의 일관성에 맞게 라인업하는 것에 공을 들인다.

이런 특성이 식생활에도 전이되었다. 맛도 맛이지만, 패키지가 예쁜 것을 먹는 것도 좋아한다. 편의점이나 드러그스토어의 Beverage&Sweets 코너가 예뻐지는 것을 보면 나만의 기호에 그치는 건 아닌 것 같다. 한번은 퇴근 후에 예쁜 간식을 사서 집에 가려고 계산대에 고른 것을 늘어두었는데 계산하는 직원이 나에게 "항상 예쁜 것만 골라오시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했다. 뭔가 기분이 좋긴 했는데, 그 직원도 나랑 코드가 통하는 바가 있으니 그런 오덕같은 이야기를 했겠지 싶다 (...)

아무튼 그래서 도쿄 여행이 더 즐겁다. 한층 더 예쁘고 디테일한 것들을 구경하고 먹을 수 있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 알찬 경험을 준다. 크게 소비하지 않고도 만족도가 높다. 내가 도쿄에서 만난 예쁜 먹거리들을 소개한다.




도쿄역 에키벤


도쿄역에 도착해서 막 바로 집어 온 에키벤 미니미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공항 - 첫 차에 몸을 싣고 도착한 도쿄역. 아침부터 허기가 밀려오고 있었다.  일본의 역에서는 <에키벤>이라고 하는 일종의 '철도 도시락'을 판매한다. 이 명사가 식도락 여행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은, 각 역이 속한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종류가 700여종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부지런히 찾아서 맛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나의 도쿄 첫 끼는 명란젓을 넣은 오니기리와, 밍밍한 오니기리, 다마고, 쓰게모노가 들어있는
간단한 에키벤 미니미. 그리고 다양한 과채가 들어있는 드링크 하나. 오밀조밀한 구성과 색깔이 예쁘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먹은 아침이라서인지 오니기리를 단숨에 먹어치웠다. 머지않아 철도 여행을 하게 된다면, 매 끼를 이 에키벤으로 구성해보고 싶군.





아사쿠사 하타바타


고요한 입구와 뚫린 전망을 지닌 식당의 모습


센소지 근처에서 건강한 계절정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가게의 이름은 <밭>이라는 한자를 두 번 반복한 형태다. 그 컨셉에 따라, 전국에서 데려온 제철 식재료로 메뉴를 구성한다. 건강한 밥상을 지향하기 때문에 간은 좀 심심하지만, 기름지기 쉬운 여행자 식단에 싱그러움을 부여해줄 수 있다. 게다가 재철 재료들이 모였기 때문에, 알록달록 예쁜 채도로 눈도 즐겁다. 좀 더 다양한 반찬을 기대했지만, 이 정갈한 밥상과 통유리로 비치는 도쿄뷰를 보며 즐기는 건강한 식사는 이너피-쓰를 조성해주기에 만족스러웠다. 




아사쿠사 마루고토 닛폰



<마루고토 닛폰>을 풀이하면 "일본을 통째로" 라는 뜻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지 아니할 수 없는 곳이다. 지역 명물 음식과 산지 직송 식재료를 판매한다. 즉, 지역 브랜드들이 모인 마르쉐같은 공간이다. 층을 오르면 식재료가 아닌 지역의 특산품&공예품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건과일이 요렇게 예쁘다. 그라데이션&무지개 배색의 층층 건과일들. 얼마전 서울에서 주문해서 먹었던 수제칩과 퀄리티 차이가 상당했다. 무화과와 각종 베리와 건조가 가능한 것은 다 넣은(?) 것 같은 다양성을 갖추었다. 다만, 가격이 다소 비싸고 부피가 커서 구입은 다음을 기약했다. 간단히 티백(tea bag)과 커피콩을 손에 들고 나섰다. 




미드타운 리오 브루잉 컴퍼니(Rio Brewing&Co)


미드타운은 꽤 최근인 2007년에 조성된 롯폰기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롯폰기 힐스의 뒤를 잇는 명소가 되는 중이다. 특이한 점은 녹지와의 조화를 바탕으로 조성했기 때문에, 마냥 '새 것'같지는 않은 친근함이 있다.


롯폰기를 쭉 구경하던 차에 허기가 져서 규카츠를 찾다가 테라스 브런치 카페에서 발길이 멈추었다. 원래는 맥주를 판매하는 가게인데, 브런치 메뉴를 꽤 건강하게 구성하는 것으로 보여서 발을 들였다. 10가지 채소가 들어간 콥샐러드가 에피타이저로 나왔다. 비트/당근/파프리카/오이/풀들의 식감이 너무 좋아서 싹싹 비웠다. 그 비주얼은 온갖 채도의 범벅으로 이루어져 먹기 좋은 모습. 예쁘고, 맛있었다. 덧붙이자면, 샐맥도 참으로 훌륭한 조합임을 발견했달까. 아- 먹기 좋은 날이다.

녹지와 개발지구가 결합된 이 곳에서 샐맥을 즐기니, 골드미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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