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메구로 오니기리카페
처음으로 일본에의 동경을 품었던 영화 <카모메식당>. 북유럽 배경의 맑고 파아란 배경에서 생의 보금자리를 다시금 마련하는 갈매기 식당의 여인들. 예쁘고 아기자기한 비주얼과 만화같은 캐릭터들에 호감을 느껴 취향을 저격당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헬싱키에 위치하는 식당을 무작정 찾기도 했었다. (실제로 존재하며, 컨셉을 유지한채 조금 다른 메뉴로 운영되고 있다.)
카모메 식당에서 주된 메뉴로 보여졌던 단단한 밥덩이가 어쩜 그리도 맛있어 보였는지. 편의점의 삼각김밥보다 크고 뭉툭하고, 직접 손으로 빚어주는 버전으로 먹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었다.
그리고, 도쿄의 한적한 골목에서 오직 오니기리만을 위한 카페를 발견한다. 미리 선정해둔 그 날의 식사메뉴는 일시에 리셋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성들이 짝을 이루어 삼삼오오 자리를 차지한 상태였으나, 나의 자리는 오롯이 남아있었다. 마지막 남은 자리에 짐을 풀었다. 런치세트는 반찬 2종을 고르고, 메인 오니기리 1종을 고르면 된다. 그럼 기본 오니기리와 미소국, 가라아게, 음료가 곁들여져 나온다.
메인은 최근 사랑하게 된 명란을 포함한 명란크림치즈 오니기리를 골랐다. 겉에 재료가 올려져 있는 것 외에 속에도 가득 들어있어서 결코 부족함 없다. 함께 먹는 반찬도 자주 먹지 않는 형태의 브로콜리, 감자샐러드 메뉴라서 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예쁜 플레이트의 완성을 위해서는 초록색 오이피클을 고를수도 있다.
사실 이런 계열의 메뉴는 우리나라에서 김밥천국에서 만나기 좋다. 그게 아니라면.. 바르다김선생 정도일까? 여하튼 한식+분식류의 캐주얼한 식당에서 볼 법 하다. 그러나, 오늘 만난 이 오니기리 카페가 <카모메식당>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삼삼오오 시간을 잡아서 만나는 데이트나 나들이 코스가 될 수 있었던건 컨셉의 승리다.
조명, 인테리어 마감, 메뉴판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놓치지 않고 참 잘 꾸며두었다. 주먹밥을 고르는 순간들이 아름다워지고(?) 밥알을 고르는 내 모습이 기분 좋아지는 마법같은 공간이다. 그 맛도 나쁘지 않음은 물론이다.
도쿄라고 해서 굳이 대단한 상차림, 푸짐한 기름기를 끼얹지 않아도 좋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식사를 즐겨봄직하다. 한 주먹 + 한 주먹을 더하니 든든하여 오후가 가도록 디저트를 찾지 않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