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츠니후르츠 - 오니버스 커피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커피 한 잔의 각성이 주는 즐거움은 무시할 수 없다. 착-하고 끼얹으면 확실하게 기운이 올라오는 그 느낌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도쿄 모오닝의 시작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 나카메구로의 커피집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걷다보니 우연찮게 아침 일찍 다이칸야마의 골목을 지나치게 되었다. 한산한 골목 측면에 사람들이 줄을 선 한 가게를 발견한다. 비치용 냉장고에 쌓인 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니, 나도 결국 줄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에 곁들이면 너무나도 아름다울 것 같은 "후르츠산도"를 발견한 것.
숙소에서 서둘러 나와 자판기에서 뽑은 에비앙 워터와 어색하게 마주 대고 붙여보았다. 상큼한 모오닝의 비주얼에 기분이 조금 더 좋아졌다. 비타민 팡팡 터지는 커피 파트너가 추가되니 산도를 든 그립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다섯가지 과일이 차곡차곡 들었고, 산도 안에도 과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하지만 아직 도달하지 않은 종착지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나카메구로에 도착했다. 구석구석 돌아보기 좋다는 동네에서 가장 먼저 <한 잔의 커피>라는 목적을 달성키 위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나무로 멋을 낸 커피집. 이 집 커피 잘한다길래 걸음을 아끼지 않고 왔습니다만.
파란눈의 직원이 주문을 받았다. 시그니처를 캐물었지만(?) 결국은 내가 마시고 싶은 드립커피 아이스를 주문했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인지, 유럽에서 온 손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2층에 잠깐 배낭을 풀고서 메모를 쓸까 했지만, 열변을 토하는 뭇 일행들이 있어서 커피 픽업대 옆에 있는 간이석에 자리를 찾았다.
한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길어져도, 별로 짜증이 나지 않는다. 샷을 확 부어서 아무렇게나(?) 먹는 아메리카노가 일상이다보니, 제대로 된 커피를 먹는 이벤트에 대한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무언가를 재촉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준비해 줄 뿐이고, 난 부를때까지 기분좋게 기다리면 그만이다. 무엇보다도, 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후르츠산도를 가지고 있는 몸이니까..!
부지런을 떨었더니 가게 자체는 꽤 한산해서, 1층 간이석은 커피 내리는 소리와 나무에 바람이 나부끼는 소리만 들렸다. 이너피쓰가 온다, 와.
도쿄 모닝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커피를 클리어했다. 백팩을 메고, 살짝 남은 얼음컵을 찰랑이면서 본격 일정을 시작한다. 이 산뜻한 각성의 느낌, 쏟아지는 땡볕도 너무나 사랑스러워지는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