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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Apr 11. 2018

밥 잘 사주는 그 누나가
참 이쁘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전봇대를 발견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 한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쳐버린다. 그녀는 왼쪽, 나는 오른쪽. 또 이렇게 소중한 인연과 운명이 손사래 치듯이 쉽게 지나쳐간다.


30대에 대한 사랑을 말하자면, 일종의 설렘보다는 의무감적인 사랑이 익숙한, 그런 세대의 사랑이랄까. 좀 더 한쪽으로 비스듬히 치우쳐져 있고, 그래서 더 편견이 심한 사랑을 한다. 좀 더 기계적이고, 연애 봇 같은, 어느 하나의 프레임 선상 즈음에서 크게 빗겨나가지 않는 네모난 상자 안에서만 놀아나는, 그런 사랑을 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얼마 전, 드라마에서 너무나 이쁜 모습으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 누나를 보게 되었다. 연하남과의 설렘 가득한 사랑이야기를 보며 1회부터 4회까지 연속으로 다 보고야 말았다. 이별을 겪게 되고 위로를 받으며 다시 사랑에 목매 여하며, 설레어하는 손예진의 눈빛을 보며, 다시금 그녀에게 반하게 된 것 같다.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된 그녀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렸으며 기억 저편 어딘가 추억 속의 설렘을 회상하곤 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몰차게 구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그녀가 참 야속한 면도 있다.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감정이라는 허울 속에 광명과 우아함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 위선적인 그림자는 혹시 아닐까? 지금 감정이 사랑이라면 사랑인 거고, 이별이라면 이별인 걸까? 그래서 감정이라는 것은 더 무섭다. 그 어떤 논리적인 행위를 따지지도 않는,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만 해도 누구에게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손예진의 생각이 참 괜찮다. 옛 남자 친구는 사귀는 도중 다른 여자와 사랑의 감정을 몰래 키워나갔고, 감정의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아니 용서하면 안 될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하남 정해인은 극 중에서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손예진의 감정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힘듦에 대하여 공감과 위로로 눈물을 닦아주었으며, 같이 괴로워하며 함께 비를 맞는다. 그 힘듦의 시간 동안 이야기할 상대가 되어주었으며, 마냥 다독임만이 아닌, 아주 매력적인 손짓으로 그녀의 가슴을 살며시 어루만져주었다.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진심을 담아, 앞으로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에게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말뿐만이 아닌, 해인이 보여줬던 진심을 담은 사랑말이다. 그녀의 미세한 눈빛과 입술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설레어하며, 때론 토닥 거리기도 때론 감동을 주기도 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너무 퍼주지도 않고, 너무 박하지도 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지금 이 순간이 꿈이었으면 좋았을, 그런 꿈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내 눈에 계속 아른거려 아주 잠깐 밖에 볼 수 없을지라도, 그 잠깐의 한 순간들을 가슴속에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깊고 얉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을 할 땐, 전속력을 다해야 한다. 내 감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 수준에 머물러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이입이 되어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위성은 충분한 것 같다. 괜스레 사랑의 정도를 측정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고, 혼을 불사르는 심정으로 사랑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대화에 집중하며 반응에 민감하자. 그리하여 소통의 창구를 항상 열어두는 현명함에 대처하자. 



아낌없이 사랑할 줄 아는 그녀가 부럽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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