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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Mar 14. 2019

공간적인 사람

공간의 의미



가끔은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지나쳐간 일들 중에서 혹시나 놓친 것은 없는지 살펴보곤 합니다. 지난 일주일 간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의 마음속에 흠집 낸 곳은 없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거죠. 멀리 사라져 버릴 법한 추억들을 되새겨 보는 것과는 다른 작업이에요. 가방 속에 있는 실과 바늘을 꺼내어 고통을 참으며 상처들을 어루만져 주는 거죠. 제때 이러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의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아서 곧 상처인지도 모르고 트라우마가 되어서 앞으로의 어딘가에 또 다른 흠집을 낼 테니까요.


이따금, 치료를 할 때마다 몇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곤 해요. 기억의 상처들에 정면으로 응시해  무엇이 문제인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며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이 첫 번째, 해결이 잘 되지 않아 우리 마음속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다른 긍정적인 공간들을 끄집어내어, 상처들과의 비교우위론에 이끌려 상처들을 지워내는 두 번째 방법이 있어요. 


사실 첫 번째 방법으로 대부분의 사소한 상처들은 해결이 돼요. 일종의 단기적인 상처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에요. 그렇지만 오랜 기간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응어리처럼 묵혀있던 상처들은 쉽게 아물지 않아요. 그럴 때 미봉책으로 몰래 숨겨뒀던, 상처들을 무찌를만한 긍정의 멘탈들을 이끌어내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전에 여럿 갈래로 명사의 강연들을 청취하게 되면서 저만의 강연 수첩 같은 걸 간직하게 되었어요. 그 내용 중에서 자신만의 엔도르핀을 쏟구치게 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즉슨, 한 일생을 살아가다 보면 행복하고, 미소 짓게 만드는 일들보다, 온갖 장애물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시간들이 훨씬 많을 텐데, 그 순간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였어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같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노하우였죠. 


힘들고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말 한마디 경청하는 게 가장 큰 효과를 본다고 해요. 그렇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진 않아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해도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이럴 때 '긍정적인 공간' 속에 넣어뒀던, 내가 가진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의 감정들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면, 그 순간들의 감정들이 지금 현재 내 몸과 마음에서 느껴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어요. 때론 착각들이 도움이 될 수가 있는 거죠. 최상의 감정들이 현재의 비관적인 상처들을 씻어낼 수 있는 일종의 치유제가 되는 겁니다. 


보다 장기적으로 안목을 넓혀본다면, 스스로를 위해 여러 가지 '공간'들을 만들어보는 훈련도 좋을 것 같아요. 인간의 삶은 고달프고, 수많은 시련과 좌절을 겪게 될 텐데, 그러한 실패들을 경험으로 기억하고 미래를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간'만들기 이거든요.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 실패와 성공의 기억들을 끄적거려보고, 격한 안절부절의 시간을 '공간'을 통해 극복해낼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에게 쌓여만 가는 게 기성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값진 경험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묵묵히 자기 영역에서의 일들을 쌓아나가면서 힘든 피로를 통해서 누군가의 위로를 구하게 되죠. 진정한 회복은 타인이 아닌 오로지 자기 스스로 다독거릴 수 있는 굳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끊임없이 함구하고, 갈망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당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writer, poet / 즈음: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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