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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2. 2022

나로서 행복하기.

있는 그대로의 '나다움'을 사랑할 것,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만약에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어?"

내가 종종 친구들과 남편,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 말이다.

어렸을 때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 때에는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생 때는 카피라이터 혹은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화장품 회사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아나운서, 국어 선생님, 카피라이터, 드라마 작가에 대한 미련은 크지 않다.

모두 백 걸음 중 한 발자국이나마 밟아보아서 일까.


국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국어국문학과를 갔다. TO가 적어 교직이수는 하지 못했지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여러 광고회사에 지원했고, 유명한 광고인인 박웅현 님과도 면접을 보았다. 서술 문제에서는 그분의 호감을 사 최종 면접을 볼 수 있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뉴스에 관심이 없어 상식 문제에서 과락을 해 카피라이터가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 직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마케터가 되었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 팬픽을 꽤나 써본 적도 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 방송반 면접을 본 적도 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래도 한 번씩은 그 꿈에 다가가 보았고 그래서일까. 더는 미련이 없다.


내내 미련이 있는 직업은 당황스럽게도 다른 곳에 있었다.

외교관.

외교관은 그런 직업이 아닐까. 주변에 외교관인 어른이 있어야 쉽게 꿈꿀 수 있는 직업.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해외에 사는 것을 좋아하고, 해외 업무를 하는 게 좋은 지금.

내가 만약에 외교관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이런 직업이 있는지 어릴 때 알았더라면 한 번이라도 꿈꿔봤을 것을. 한 번도 꿈꾸지 못한 채로 지금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내내 알 수 없는 미련이 남는 것이다. 알았더라면, 하고 말이다.


누구나 선택하지 않은 삶,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 혹은 부러움과 시기의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누군가 우리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아예 살아본 적 없는 인생 혹은 내가 부러워하는 타인의 인생을 말할 것이다. 마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 시드가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해 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삶이 아닌 삶을 흉내 낸다고 해서 그들의 삶과 행복이 내 것이 되진 않는다.

또한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그 어떤 삶도 완벽하진 않다. 노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되었을 때 동생을 영영 잃은 것처럼, 결혼할 뻔했던 남자와 결혼하는 삶을 택했을 때 절친 이지가 죽은 것처럼. 어떤 선택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내가 아닌 그 무언가를 꿈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다움('You-ness')을 사랑해야 하고,

원하는 삶의 모습을 위해 나의 선택 하나하나를 바꿔나가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

"Doing one thing differently is often the same as doing everything differently."

하나를 다르게 한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다르게 한다는 것과 같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정말 사소한 하나씩 바꿔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노라는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을 멈췄다.

어느 순간, 타인의 삶을 내 삶인 양 이 삶, 저 삶 부유하며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잃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보기로, 살아내 보기로, 나로서 행복해보기로 결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나로서 행복하기.

타인의 행복을 관음하며 너무도 쉽사리 불행해질 수 있는 전시적인 요즘 시대에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If you aim to be something you are not, you will always fail.
Aim to be you. Aim to look and act and think like you.
Aim to be the truest version of you.
Embrace that you-ness.
Endorse it. Love it. Work hard a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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