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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25. 2022

앗, 실수로 냉동고에서 샴페인을 얼렸다!

공대 친구들 함께하는 뇌피셜 추론. "언 스파클링 와인, 마셔도 될까?"


때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샴페인을 마시기 위해, 실온에 보관되어 있던 샴페인을 평소처럼 냉동고에 '잠시' 넣어두었던 우리 부부는 냉동고에 샴페인을 둔 사실을 까먹고 3시간 내리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3시간 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맞이한 샴페인은 한겨울의 저수지처럼 그야말로 꽝꽝 얼어있었다.

이걸 마셔도 되는 건지, 망한 건지, 맛이 없어진 건지 걱정이 되어 폭풍 검색을 해보았지만,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글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한번 마셔보기로 했다! 힝구 부부의 kind of 과학 실험! 








#꽝꽝 얼은 샴페인, 녹여서 마셔도 될까?

꽝꽝 얼은 샴페인을 따라, 내 마음도 꽝꽝 얼었다



일단 3시간 뒤에 꺼낸 샴페인은 이처럼 꽝꽝 언 모습이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아요.)

다행히 기온이 높은 요즘이라 상온에 15분 정도 두니 얼음이 동동 뜰 정도로 녹았고, 30분 정도 되니 완전히 해동이 되었다.


중학생 때 과학 시험을 50점 맞은 적 있는,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문과생인지라 이걸 이대로 열어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정상 샴페인의 기압은 공기의 6배인 6 기압이라는데, 함부로 오픈했다가 코르크가 강하게 밀려 뭔가 사달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심에 조심을 강조하고 열심히 귀를 막고 남편이 오픈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웬걸. 코르크가 '피식'하며 힘없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동공 지진.




이정도의 기포감!



잔에 따라보니 탄산감은 있으나 힘이 조금 빠진 것 같은 기포였다. 올드 빈티지 와인도 아닌 주제에!

마셔보니 혀에서 느껴지는 탄산감도 차이가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기포감만 조금 약해졌을 뿐, 맛은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이스트 향이 지배적인 폴 당장 페이 브뤼였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얼은 샴페인과 함께 하는 뇌피셜 과학시간!


이 일이 발생한 지 벌써 5일이 지났는데도, 왜 얼었다 녹은 샴페인의 기포가 줄어드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지식인도 보고, 구글링까지 했는데도 이걸 궁금해하는 사람도, 설명해 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주변의 공대생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공대생들의 승부욕이 들끓습니다. 이글이글)


주사위는 던져졌다.





※ 아래의 내용은 재미용 뇌피셜 과학 추론으로 실제 과학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재미로 봐주시고 다른 가설들은 환영합니다 ※


서론. 대학 졸업한 지 10년도 더 된 이과생들에게 뜬금 질문하는 과학 50점 맞은 적 있는 문과생

: 아 몰라, 해줘! 설명해줘! 광광


이과생들의 동공지진.






가설 1. 물이 얼면서 공간이 생겨 기체들이 코르크 밖으로 이동?




공대생 1 친구의 말을 듣고 열심히 그림으로 그려 보았다.

"그래서 이렇다는 거지?"


이, 이렇게? 문과생은 그림을 그려봅니다.


이과생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걸 듣고 문과지만 과학을 좋아했던 남편에게 전달해 보았다.


그의 대답은 파장을 일으켰다.

 


네?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고요? 동공 지진.






가설 2. PV=nRT. 기체는 높은 압력에 잘 녹아있는데 압력이 낮아져서 기체가 사라졌다?


외, 외계어?


네, 일단 무슨 말인지 순도 100%의 문과생은 모르겠어요.

이를 공대생 2 친구에게 물어보니, 애초에 샴페인의 코르크가 100% 밀폐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압력을 논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을 표했다.






가설 3.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기체들이 밀려 코르크 밖으로 나갔다?



첫 시작은 문과이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남편의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물은 얼면 부피가 커지거든"



공대생 1 친구의 답변.

저희는 06 학번으로 졸업한지 꽤 되어 머리가 굳었습니다!!!


공대생 2 친구의 답변.

탄산 아니고 이산화탄소로 정정


"ㅋㅋㅋ자리없어서"

그리고 과학적 가설을 마치 지하철 자리 없어서 밖으로 튕겨나간 사람 대하듯 받아들이는 순도 100% 이과 머리 0인 오스틴이 있었다.






그리고 마..내 세 사람이 본 안건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우리끼리) 결론.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자리를 뺏긴 기체가 수축된 코르크 사이로 빠져나가 탄산이 약해졌다.


공대생 2 친구의 정리
공대생 1 친구의 최선
문과 남편의 확신


공대생 2 친구의 정리, 공대생 1 친구의 최선, 문과생 남편의 확신, 그리고 문과생 작가의 무임승차로 '우리끼리의' 결론에 도달했다.

과학적으로 맞는 답인지 100% 확신을 할 순 없으나, 이렇게 결론을 내리기로.

(혹시나 다른 가설이 있으신 분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꼭!)







Paul Dangin & Fils Dangin-Fays Brut Champagne N.V

폴 당장 페이 브뤼 샴페인

Sparkling Wine from Champagne, France

Pairing with 복숭아, 꼬치구이


복숭아와 잘 어울리는 데일리 샴페인, 폴 당장 페이



이래서 기포가 사라졌거나, 저래서 기포가 사라졌거나 가장 중요한 결론은 3시간 정도 얼었다가 녹은 샴페인은 기포만 약해졌을 뿐, 맛에는 이상이 없단 사실이다.


이마트, 지에스 더 프레시에서 3만 원 대에 살 수 있는 데일리급 샴페인 폴 당장 페이 브뤼. 요거트의 이스트 향이 지배적이다. 이전에 마셨을 때는 자몽향이 느껴졌는데, 얼었다 녹은 탓인지 다른 향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철 복숭아와 정말 잘 어울린다.






만약에 지금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얼은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이 아닌 크레망이나 스푸만테라면, 더 약한 기포감을 예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병 내 기압이 5~6인 샴페인에 비해, 크레망은 3.5 기압, 스푸만테는 3 기압 이상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포의 손실도가 더 크게 와닿을 수도 있다. 코르크를 오픈해 마셨을 때 그야말로 김이 샜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오래 냉동고에 두었다가는 병내 밀폐도에 따라 병이 터질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실제로 공대생 2 친구는 샴페인을 냉동고에 두었다가 병째로 터져, 냉동고를 치우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하니 꼭 적당히 차가워지면 와인을 냉동고에서 '잊지 않고' 꺼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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