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오마카세: 생석화, 굴튀김, 찐석화와의 페어링
석화는 레스토랑에서 사 먹으면 적은 양에 비싸게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 와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집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강남 레스토랑에서 받는 와인과 석화의 도매가를 알고 나니 밖에서 먹는 게 아까울 때가 많다. 기본 x3)
생석화와 더불어 튀김용으로 먹을 굴, 쪄먹을 대하까지 샀더니 가리비를 서비스로 주셨다.
배가 터질 정도로 먹었는데 모두 합쳐 4만 원! 정말 혜자스러운 노량진이다.
이날 페어링 한 와인은 지난번 동대문 메리어트에서 열린 '와인앤버스커'에서 구매한 호주 태즈메이니아 땅에서 나온 '녹턴 샤도네이'였다. 당시 수입사 대표님께서 설명해 주시기를, 호주에서 골프 대회를 끝내고 선수들이 대기실로 돌아와 레몬즙을 석화에 뿌리는 대신 이 와인과 생석화를 먹는다고 하셨는데, 그 설명을 듣고 꼭 석화와 이 와인을 페어링해 보고 싶어 꾹꾹 참았던 와인이었다. 드디어 석화 철이 되어 오픈!
살짝 스포를 해보자면, 지금까지 석화랑 페어링 했던 모오든 와인 중에 이 와인이 가장 잘 어울렸다고.
태즈메이니아는 호주의 최남단의 섬이다. 섬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로 지정이 되어있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흔히들 '호주의 제주도'라고 부르는데, 제주도 면적의 34배의 면적을 자랑한다.
녹턴 와이너리는 태즈메이니아의 코랄 리버 밸리에 위치해 있다. 태즈메이니아는 대체로 연교차가 크지 않고 해양성 기후를 갖고 있는데, 코랄 리버 밸리는 그중에서도 서늘한 기후를 타고나 포도 재배에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고 한다.
White wine from Tasmania, Australia
Paring with 생석화, 찐 석화, 찐 가리비, 찐 대하, 굴튀김
노오란 레몬을 상기시키는 컬러. 올리브유 같이 바디감 있는 텍스처가 눈에 띈다. 갓 짠 올리브 유향과 등유 향이 특징적이고, 레몬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산미가 명확하게 느껴져 한입 머금으면 바로 입안에 군침이 돈다. 매우 청량하고 탄산감이 느껴질 정도의 미네랄리티가 있다.
이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생석화. 굴의 비린맛이 전혀 튀지 않고, 그렇다고 굴 풍미를 다 잡아먹지도 않는 서로 어우러지는 조합. 와인과 함께 먹으니 미네랄리티가 한층 더 레이어링 되면서 풍미가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녹턴 샤도네이의 레몬을 떠올리게 하는 향과 산미가 석화에 레몬을 뿌리지 않아도 충분히 석화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굴튀김과 먹으니 처음에는 굴튀김의 고소한 튀김 향과 바다내음이 주를 이루다가, 피니쉬에서 상큼하고 짭조름한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올라온다. 와인을 목으로 넘기는 동시에 침이 고이는데, 그 산미가 튀김과 와인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미 튀겨진 굴인데, 와인으로 인해 생굴 튀김을 먹는 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찐 석화와 먹으니 피니쉬보다는 앞에서 미네랄리티가 훅 치고 들어온다. 약간 짜고 쓴 바닷물을 들이켜는 느낌. 찐 석화만 먹었을 때는 석화의 우유 같은 맛이 느껴지며 부드럽고 고소한데, 와인과 함께 먹으니 바닷물 같이 짠 미네랄리티가 튀어, 잘 어울리진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합해 보자면, 녹턴 샤도네이와는 생석화 >>>>>>> 굴튀김 >>> 찐 석화 순으로 잘 어울린다. 특히 생석화와의 궁합은 넘침과 부족함 없이 너무 잘 어울려서 최고의 조합이라 할만했다. 지금까지 석화와 페어링 한 모든 와인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 웬만한 프랑스의 샤블리나 뉴질랜드의 쇼비뇽 블랑보다도 훨씬 잘 어우러진다.
이 맛있는 조합을 한 번만 마시는 건 너무 아쉬운데, 정말 아쉽게도 와인앤버스커에서 한 병만 사 온 터라 판매하는 곳이 있는지 백방 수소문을 해보았다. 아쉽게도 해당 와인을 취급하는 와인샵을 많이 발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수입사로 직접 전화를 해보았다. 어떤 수입사들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는 곳도 있는데, 다행히 레드카이트에서는 택배를 보내주셔서 3병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었다. 후후.
겨울철 석화와 궁합이 좋은 와인을 찾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와인, 녹턴 와이너리 샤도네이.
겨울철이 끝나기 전에 석화와 와인의 마리아주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