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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ul 04. 2023

삶은 화학이고, 화학은 곧 변화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삶을 변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화학 수업, <레슨 인 케미스트리>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내내 과학 젬병이었다.
중학생 때는 중간고사에서 과학을 50점을 받아 엄마에게 OMR 카드를 밀려 쓴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 고등학생 시절, 지구과학을 공부할 때 도무지 달이 어떻게 보일지 가늠조차 못하겠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구과학, 물리, 생물, 화학 그중에서도 제일 최악이었던 것은 단연코 화학이었다. 나는 화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어렸을 적 겪었던 과학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가 화학을 주전공으로 하는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감히 집안일이 아닌 바깥일을 한다는 것, 그 바깥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그다지도 어려웠던 1960년대에, 심지어 권위가 필요한 과학계에서 학자로 일한다는 것은 각종 억압과 규제, 그어진 선을 의미한다.

그녀는 매일 오후 6시, 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처럼 보이는 화학 강의를 한다. 방송사에서는 그녀가 딱 붙는 옷을 입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며 칵테일을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요리 프로그램을 요구하지만('남자가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 말이야!'), 그녀가 가르치는 것은 요리가 아니라, 화학, 아니 화학을 근간으로 한 '삶', '인생'이다. 그녀는 말한다. 요리는 화학이라고. 그리고 또 말한다. 화학은 변화라고. 우리의 삶 역시 화학적으로 변화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그러니 더 이상 남들이 우리를 규제하고 규정하는 대로 규정지어지지 말고 직접 변화해 보자고, 무언가가 되어보자고 말이다. 그녀의 용기 있는 외침은 각 가정의 부엌 안에서 자그마한 변화를 만들고,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화학은 변화라고, 우리 삶, 그리고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야기해 줬다면 아마도 화학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 노력했을지 모르겠다. 너무도 나와는 맞지 않는, 내 삶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대체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던 과목이 이렇게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과학이 흥미롭다니, <레슨 인 케미스트리>로 인해 이렇게 또 변했나 보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최근 읽었던 소설책 중에서 가장 생동감 있고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생동감이 흘러넘쳐, 읽는 내내 실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 '레슨 인 케미스트리 실화'를 여러 번 칠 정도였다. 작가 보니 가머스는 65세에 등단하여 미국과 영국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녀의 삶 자체가 '화학적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등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이 없고,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변하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감히 우린 그 무엇도 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무엇이 되기에 늦은 때는 없다고 말이다. 작가 보니 가머스가 바로 산 증인인 셈이고, 우리 역시 그와 같은 증인이 될 수 있다.




그녀는 종이를 얹은 이젤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마커를 쥐고 "화학은 변화다"라는 문장을 쓰고서 방청객을 돌아보았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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