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약속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운동하느라 저녁을 건너뛰는 일이 잦았고, 아침도 잘 안 먹어서 하루에 점심 한 끼 정도 먹는 생활을 지속했었다. 그 점심도 회사에서 샐러드나 닭가슴살로 때우기가 허다했으니, 약속만 아니면 크게 몸무게가 변동될 일은 없었다. 게다가 집에서 회사까지는 Door-to-Door 40분. 매일 아침저녁으로 30분씩 지하철에서 서있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열량을 소모했던 것 같다.
결혼 후 한 달 동안은 매일 밤 둘만의 파티였다. 맛있는 고열량! 고지방! 음식을 해서 매일 밤 와인을 2병씩 마셔 재꼈다. 2병으로 모자라면 주중인데도 불구하고 3번째 병을 오픈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몸이 피곤해서 자연스레 붓기가 늘어났다. 게다가 출근 시간도 Door-to-Door 25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버렸으니 일상생활에서 소모하는 열량이 절반이 된 셈이다. 코로나를 핑계 삼아 결혼 전에 다니던 요가나 수영도 멈춘 지 한 달째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결혼 직전 극강의 리즈 시절을 뽐내던 내 모습과의 괴리감에 스스로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급히 요가를 끊었다. 주 4회, 1회 당 60분씩. 몸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살이 빠지진 않았다. 같이 살이 찐 오빠를 꼬셔서 수영을 시작했다. 주 3회, 1회 당 60분씩. 하지만 문제는 수영 후에 있었다. 운동을 한 다음에 입맛이 없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입맛이 돌았다. 결국 수영을 힘들게 하고 난 뒤에는 갈증과 허기에 허덕이며 둘이서 또 밥을 해 먹었다. 살이 빠질 리가 없었다.
6월 6일에 결혼을 했고, 8월 5일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살을 빼고 건강검진을 가려고 했지만, 한 달 미룬다고 한들 살을 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오히려 그 한 달간 또 먹어서 더 찌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 날, 수영을 끝내고 8시부터 금식했으니, 조금은 빠져있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갖고 인바디 기계에 섰다. 시력 테스트 때문에 하드 렌즈를 뺀 상태라 스크린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조바심이 났다. 내 두 눈으로 지금 당장 확인해보고 싶었다. 2주 뒤에 가만히 있어도 전달될 인바디 결과를 굳이 미리 보고 싶다고 하여 그 자리에서 받아보았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려 순수 체지방만 4kg가 늘었고, 근손실이 2kg나 있었다. 체지방률은 표준 이하에서 어느덧 표준 이상이 되어버렸다. 웬 개그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유행어가 귀를 맴돌았다. “사실이야? 진짜야?”
결혼하면 다들 살이 찐다는 말. 우습게도 나는 빗나갈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무게 변동폭이 크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이 공식은 처참히 부서졌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결혼식 전 부기를 뺀다는 명목으로 며칠 동안 디톡스 주스 몇 병만 마시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곡기를 끊는 다이어트의 극악무도한 요요 현상을 33세가 되어서야 처음 겪어보았다.
한 번 사는 인생, 정말 아름답고 날씬하게, 그러나 조금은 스트레스받으며 살기 vs. 한 번 사는 인생, 맛있는 거 듬뿍듬뿍 먹고 행복하게 살기
참 결론을 내기 힘든 두 가지 선택이다. 불행히도 나는 마른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둘 다 충족하며 살 수는 없다. 정도는 지켜야겠지만, 결국엔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나는 당분간은 햄벅하고 또 행복한 돼지가 되기로 했다. 한 번 사는 인생이 중요한 것만큼, 한 번뿐인 신혼도 몹시 소중한 법. 퇴근하고 집에 와, 인생의 짝꿍과 먹는 야식의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나중에 아기라도 낳으면, 아기 재우고 달래고 먹이느라 제 때 맛있는 걸 먹지도 못 할 텐데, 벌써부터 먹는 즐거움을 끊는 건 내 인생과 내 남편에게 미안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먹을 것이다. 마침 주문한 민트 컬러의 에어 프라이어가 따뜻하고 또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는 오늘도 햄벅하고 또 행복한 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