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어색하고, 잘 모르겠어. 나 정말 매번 왜 이러는 걸까?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연애를 막 시작한 친구들은 종종 나에게 이런 고민 상담을 청해올 때가 있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 친구에 대한 본인의 마음을 잘 모르겠고,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는데 또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이 꼭 본인의 탓인 것 같아 괴롭다는 내용이다. 이런 마음은 자주 자책으로 이어진다. 올해만 벌써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친구가 4명. 어떻게 보면, 연애를 막 시작한 사람들 중 태반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때로는 사귀고 나서 후회라는 감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대로 사귀어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분명히 사귀자고 합의를 보고 시작할 때에는 내 마음에 몹시도 확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다음 날이 되면 내 마음인데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러면 나도 내 친구들처럼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다. 내 잘못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시간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남자 친구’, ‘여자 친구’라는 이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제일 가까운 사이여야 하고, 모든 것을 다 터놓을 수 있어야 하며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그냥 나의 제일 친한 친구여야만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소개팅으로 아는 사람이었는데, 혹은 그냥 옆에 있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사귄다는 말 한마디에 나의 베프 자리를 고스란히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생각해 보자. 소개팅으로 만난 경우 기껏해야 안지 한두 달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귄 지 하루 만에 ‘갑자기 분위기 베프’ 면 그게 오히려 더 당황스럽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사람과 내가 심리적으로 가까워질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남편을 만났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만난 지 두 달까지도 마음속에 무언가 데면데면한 느낌이 있었다. 내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졌고, 주변에는 남편보다 편한 친구도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일까, 연애 초반에는 유독 내가 냉랭한 적도 많았고 그게 남편에게 상처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전 연애와 이번 연애가 달랐던 것은, 그런 나를 나 스스로 재촉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자고 생각했다. 이 사람과 진정으로 가까워질 시간을. 세 달이 채 되지 않아 우리는 여러 계기와 만남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제야 나는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다.
사귄 지 얼마 안 되어서 몹시 어색하고, 내 마음을 잘 모르겠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라, 자책하며 고민상담을 하는 내 친구들에게 나는 이제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무 자책하지 마. 그건 당연한 거야. 너의 그런 강박들이 오히려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몰라. 생각을 다 내려놓고, 딱 세 달만 더 만나봐’라고 말이다. 내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머릿속이 온통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이성으로 좋아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으면, 마음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좋을 수 있는 관계도 결국엔 시작도 전에 지쳐 식어버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 감정이 무엇인지 급히 정의를 내리는 것보다 그 사람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보고도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그때 관계를 멈춰도 늦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