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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Oct 21. 2020

개는 훌륭하다, 강형욱 님은 더 훌륭하다

반려인의 바이블 '개훌륭'으로 말티즈 자매 훈련시키기


예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가 요즘 푹 빠진 예능이 있다.

바로 강아지 강 씨 강형욱 님의 <개는 훌륭하다>가 그것.

우리 집에는 9살, 12살짜리 말티즈 자매가 있다. 자매라고는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10여 년의 견생 중 대부분의 시간을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자로 살아온 탓에 다른 집 자매들처럼 사이가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그냥 너는 너, 나는 나의 느낌이랄까. 실상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이니, 친자매 같은 관계를 바라는 게 우리의 욕심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자꾸 걸리는 좋지 않은 포인트들이 있었다. 성격이 너-무나 무던하기 그지없는 둘째 콩이는 미용하다가 가위에 피부가 긁혀 피가 나도 가만히 있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밥 먹을 때와 잠을 잘 때는 엄청 예민하다는 것. 잘못해서, 혹은 고의적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으르렁이 일상이었다. 첫째 별이는 소심하고 예민한데, 이상하게 산책만 나가면 초사이언이 되어서 우리를 마구 끌고 다닐 뿐 아니라, 이리저리 빠르게 돌고 도는 탓에, 우리가 거의 상모를 돌리는 수준으로 끈을 돌려야만 했다. 이런 이상한 면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정말 별나다고만 생각하고 말았다.


그랬던 우리에게 신의 계시처럼 들려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아지 강 씨 강형욱 님의 조언들이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유용했던 조언들에 대해 요약해 보자면.




이렇게 잘 붙어자다가도, 밥먹을 땐....


첫째, 강아지는 겸상을 싫어한단다.

나는 결혼 전에 친정에서 총 세 마리의 강아지를 키웠고, 그중 두 마리가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다(한 마리는 친정에 있다). 늘 그 셋은 밥통과 물통을 공유해 왔으며, 굳이 같은 밥을 먹는데 분리해야 할 필요를 못 느껴 하나로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있었는데, 일단 누가 얼마나 먹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점점 콩이는 살이 쪄갔다. 신혼집으로 온 뒤에도 별이와 콩이는 밥통과 물통을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또 문제가 있었다. 밥에 모호호호호홉시 예민한 콩이 때문에 별이가 밥을 먹고 있다가도 콩이가 먹기 시작하면, 별이는 쭈구리처럼 뒤에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 밥이 내 밥이라고 왜 말을 못훼………. 이쯤 되면, 밥통과 물통을 분리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차마 그러질 못 했다. 나의 불찰이다. 그러던 도중, 반려견의 바이블 <개는 훌륭하다>를 보게 되었고, 그때 강아지 강 씨 강형욱 님 왈, “개는 겸상을 싫어해요”. 심지어 사연을 준 사람들이 키우는 건 부부 강아지였고, 합방까지 했던 사이이니 당연히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매보다 가까운 사이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한 마리는 꼭 밥에 예민했다. 부인이 밥을 먹는데, 남편이 으르렁거리는 그런 형국. 강아지는 눈 앞에서 다른 강아지가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고 있으면 자기의 밥과 간식을 먹는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면 경쟁을 하게 되고, 콩이처럼, 사연자의 남편 강아지처럼 예민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날로 별이와 콩이의 밥통과 물통을 분리했다. 더 이상 별이가 밥 먹을 때, 콩석대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콩석대가 더 이상 자기 밥을 별이가 먹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시골길 산책


둘째, 강아지는 매일 산책을 해주지 않으면, 오늘의 산책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핑계인 걸 나도 너무나 잘 아는데, 회사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밖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산책을 매일 시켜주기는 버거웠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산책을 시키는 데에 그쳤는데, 얌전하게 산책을 하는 콩이와는 다르게, 별이에게는 산책 시 세 가지의 특이점이 있었다. 바로 앞으로 무조건 뛰어 나가려고 뒷다리에 아주 짱짱하게 힘을 주며 우리를 끌고 가려는 것이 첫 번째 특이점이었고(그 왜소한 체구에), 두 번째는 우리 주변을 빙빙 도는 탓에 나 역시 목줄을 끊임없이 뒤로 돌렸다가 다시 앞으로 보내고를 반복해야 했다는 것. 세 번째는 이상하게 자꾸 사이드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 복도에서도 지저분한 벽에 붙어서 걸으려고 한다든가, 공원에서도 풀이 잔뜩 있는 사이드에 붙어서 걸으려고 한다. 이 중 첫 번째, 두 번째 특이점 때문에 남편은 별이를 산책시킬 때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이 되었고, 나는 별이한테 나를 맞추게 되었다(열심히 상모를 돌렸다). 그러던 와중, 또다시 강아지 강 씨 강형욱 님의 조언이 이어졌다. 총 두 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해 얻은 결론이었는데, 강아지가 나를 끌고 가는 듯이 하는 것은 산책이 아니라는 것. 그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일 뿐이지 산책의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또한 강아지는 매일 산책을 해주지 않으면, 오늘의 산책이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더욱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다. 정말 반성했다. 그래서 우리는 강형욱 님의 조언에 따라, 별이가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하면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별이가 따라오는 지를 지켜봤다. 다행히 별이는 그렇게 되면 바로 우리 쪽으로 따라왔고, 그 훈련을 반복했다. 현재는 산책 시작 5분 정도 이후에는 많이 안정화가 되었다. 또한 산책 횟수에 대해 반성을 하고 현재는 일주일에 최소 여섯 번을 같이 나가고 있다. 그 덕에 별이도 에너지를 과하게 쓰는 버릇이 줄어들었고, 더 이상 우리는 상모를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세 번째 의문이 남아있다. 왜 자꾸 사이드로 붙어서 걸으려고 하는가…. 강형욱 님 도와주세요 ☞☜






이 밖에도 정말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 글을 통해 강아지 강 씨 강형욱 님께 감사드린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이고, 개는 훌륭한 것도 맞는 말이다.

모든 것은 견주 탓.

별이가 거실에 大便을 싼 것도, 저희 때문이겠죠....

거실에 응가해서 혼내니까 숨은 별이. 쭈굴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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