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초봄

Spring in Sydney

by 수진

갓 태어난 것들일수록 죽음에 가까이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부르는 죽음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 순간 필사적인 생명력으로 꿈틀거린다. 생사의 경계에서 존재는 손을 뻗는다. 육체가 미약할수록 더 들끓는 의지로 팽창한다.

Magnolia in my garden


겨울을 뚫고 나오는 새 생명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라 맹렬히 터진다. 어미의 모든 생기를 쥐어짜 뚫고 나온다. 긴 시간 동결되어 있던 숨을 서럽게 와락 터트리며, 내가 여기 있다. 살아 있다.

잎도 내기 전에 서둘러 꽃부터 속살속살 터진다. 나무를 무너뜨릴 듯 온몸 구석구석을 점령한 소년병들. 처음엔 흐드러지게 핀 그 세력에 놀랐다가, 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가장 여린 잎이 상기된 얼굴로 부끄러워한다.

그러다 어느 아무 밤 새벽 서리 내리고, 어린 꽃은 한 번에 흔적도 없이 간다. 괜찮다. 괜찮다.


말랑말랑한 아이의 몸을 가슴 깊이 끌어안으며 달큰한 어둠의 냄새를, 뽀송한 햇볕 냄새를 맡았다.

봄은 봄일 때 봄을 모르기에 더 아스라이 푸르다. 그렇게 봄꽃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세게 끌어안을수록 봄 향기 아득해지고 그리움은 갈증으로 바뀐다. 괜찮다. 괜찮다.

있는 힘껏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며 하늘로 손을 뻗는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는다.

죽음에서 멀어진 만큼 죽음으로 향하듯, 푸름을 죽여 푸름을 얻는다. 그 사이 꽃이 지고, 잎이 나고, 향기 퍼지면 아름다울 일이다. 그렇게 가지는 초봄을 나고, 선 굵은 여름 나무가 된다.

Spring in my 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