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부모는 더 신나하며 바로 근처의 천문 과학관을 예약한다.
이제 촛불 세 개를 분 지 얼마되지 않는 아이의
순수한 말에 왜 이리 마음이 설레었는지 모른다.
"별을 보려면 밤에 가야겠지?"
"19시에 예약해둘게."
목소리에 가벼운 들뜸과 설렘이 실려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천문 과학관을 향해 차를 몰았다.
다녀오면 아마 아이의 취침이 평소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것도
막상 가도 아이는 잘 보지 못 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이에게 별을 보여준다는 좋은 핑계가 생겨 우리들은 밤여행을 떠났다.
가는 도중 아이는 역시나 잠이 들었고,
천문대로 가는 도로는 가로등 하나 없이 캄캄한 암흑이었다.
"이렇게 캄캄하니 별이 잘 보이나 보다."
"천문대 처음 가보지?“
쌍라이트를 켰다껐다 반복하며 산으로 난 도로를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은
긴장감만큼 기대감을 더 해주었다.
신혼일 때, 밤 중 산골 캠핑장에 찾아 갔던 그 때가 생각난다는 말을 하며 창밖을 내다보는데
어릴 적, 어른들 몰래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 나뭇가지에 성냥불을 붙여 불장난을 했을 때처럼
조마조마하지만 짜릿했던 그 때의 감정이 오랜만에 다시 지펴졌다.
얼마만의 밤외출이냐.
천문 과학관에 내리자마자, 청명하고 서늘한 냉기가 얼굴 전체를 감싸안았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정말 쏟아질 듯한 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별천지였다.
"나 태어나서 이렇게 별 많은 거 처음 봐. 오빠, 포근아, 얼른 나와 봐." 나는 아이처럼 둘을 불렀다.
이제 갓 잠이 깨서 칭얼거리는 아이를 남편이 옷 속에 폭 감싼 채 건물 안으로 다다다 뛰어갔다.
영상실에서 별자리 영상을 관람하고, 별을 관측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밖의 체감 온도가 영하 15도입니다. 매우 추운 날씨니 옷을 따뜻하게 입으시고......"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옷깃을 다시 여미고 밖으로 향했다.
나가자마자 코와 귀 끝이 알싸하게 따가울 만큼 매서운 날씨였다.
하지만 하늘에는
어느 책에서 보았던 별자리들이 '우리 아직 여기 있다'라고 말하듯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의 공간이 좁아보일만큼 하늘에는 별들로 가득했다. 고개를 내리기 아까웠다.
"저기 보이는 게 목성입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것은 토성이고요."
선생님이 레이저로 기다란 빛의 포물선을 만들어
인기있는(사람들이 잘 아는) 별들을 소개해주시자 사람들의 감탄사가 연이어 터졌다.
하지만
아이가 춥다고 고함을 지르는 통에 우리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못 보고 가는 건 좀 아쉬우니, 오빠랑 나랑은 번갈아서 별 보고 오자."
그렇게 아이를 위한 답시고 시작된 별자리 여행은 확실히 어른들의 여행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애초부터 아이도 자신의 말의 파장이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은 아니라는 듯 투정을 부렸다.
별을 보러 오기에 너무 이른 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아이를 타일렀다.
별을 양껏 못 본 것이 아쉬워 주차장에서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연신 찍어보았다.
하지만, 추위로 떨리는 손과 차가운 휴대폰 카메라로
우주를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떨리는 몸을 녹이며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콧물을 훌쩍이는 아이를 돌아보며 미안함이 올라왔다.
"포근아, 나중에 초등학생 쯤 되면 다시 와보자. 그때는 근처에서 캠핑도 하는거야."
"그때쯤에는 훨씬 좋아하겠지?"
"아까 망원경으로 토성 고리 보는데 너무 신기했어."
별을 본 흥분감이 냉기와 함께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별들 아래에서 저절로 겸손해졌던 것을 기억한다.
아쉬움을 그곳에 남겨둔 채, 셋 다 코를 훌쩍이며 다시 집을 향해 조심해서 산길을 내려왔다.
별들은 세상의 빛 속에서는 아득하게 잘 숨어진다. 그래서 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별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겨울답게 추운 날들이 계속 되는 겨울,
호기롭게 별을 보러 다녀왔다.
다음에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을 남긴 채 다녀온 여행은 무척 즐거웠고,
마치 추위가 하늘을 깨끗하게 닦아준 것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