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연인 사이였을 때, 우리는 데이트할 때면 종종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먹었다. 나는 남편 역시 나처럼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까르보나라. 꾸덕한 크림소스에 노른자가 살포시 얹히고, 짭조름한 베이컨과 탱글한 새우가 어우러진 그 맛은, 마치 우리의 관계처럼 진하고 따뜻했다.
그는 언제나 익숙한 듯 포크를 들었고, “맛있네”라며 미소 지었다. 나는 그 말과 그 미소가 진심인 줄 알았다.
우리는 입맛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야말로 우리 사이의 행복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순간이라 믿었다. 그래서 데이트가 끝나면 늘 고민했다. ‘다음엔 어떤 파스타집을 갈까?’ 새로운 맛집을 찾아보며 설레고, 예약을 하고, 메뉴를 미리 훑어보며 들떴던 그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원래 면보다 밥이 좋아.”
그가 수저를 들며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몇 년 전 우리가 함께했던 수많은 파스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다양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던 날들, 나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주던 그 얼굴, 그 모든 순간이 진심이 아니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분명한 건 그가 ‘좋아서’ 먹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건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내가 파스타를 좋아하니까 나를 위해 그는 자신에겐 다소 느끼하고 낯선 그 음식을 아무렇지 않은 듯 포크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파스타 한 입을 입안 가득 넣고 “음~ 너무 맛있다”며 웃으며 기뻐하면 그는 그 순간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입을 먹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그런 사랑을 미처 몰랐다. 사랑이란, 상대의 입맛에 맞춰주는 사소한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말 한마디보다, 포크를 드는 손끝에서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맛을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은 한식이 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 역시 된장찌개가 이렇게 깊고 따뜻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의 향이, 어느 날엔 파스타보다 더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는 남편이 먼저 말한다. “오늘은 파스타 먹을까?”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슬쩍 웃는다. 나는 찌개를 끓일 때, 파스타 삶듯 야채의 식감을 살펴가며 알맞게 익히는 법을 배웠고, 남편은 다양한 파스타 속 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맛을 찾기도 했다.
입맛이란 건 결국 타협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취향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딱 맞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조심스럽게 닮아가는 과정인거 같다.
그래서 지금은 남편도 파스타를 ‘제법 좋아하게’ 되었고, 나 역시 된장찌개를 ‘기분 좋은 날 먹고 싶은 음식’이라 말하게 됐다.
그러니까, 사랑은 입맛을 바꾸진 않아도, 좋아하지 않던 음식에도 마음이 가게 만드는, 그런 마법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