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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Nov 07. 2020

손목이 부러졌다

그저께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손목이 부러졌다. 이게 바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하는 것일까 앞으로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손목뼈가 사선으로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앞으로 짧으면 한 달 반 길면 두 달. 그 조차 결과가 좋지 않으면 수술. 긴 시간을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짧은 글들로 나를 쓰면서 나의 대해서 조금씩 보게 되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본 나는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나의 대한 특별한 동정심을 가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또 자기 연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한테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 주려는 용기가 생기고 있었는데 다시 글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림도 그릴 수 없게 되었다.

마치 3년 전 그날 같다. 신토불이 토종이라 영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인인데 내가 하는 영어가 이 정도면 됐지 뭐.'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나의 영원한 부러졌다고 나의 자신감도 부러져고 내 삶도 부러졌다. 사실 지금은 더 이상 Hello라는 말 한마디조차도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내뱉는다.

뼈를 맞추는 과정은 너무나 아팠다. 온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의사 선생님께 제발 잠시만 멈춰다가 다시 시작하면 안 되냐고 울부짖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이 그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을 외면한 건 아닐까 싶다.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그 순간 나를 덮친 공포 때문에 공황발작 이 함께 왔고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 한 아주머니께서 나를 일으켜 세워 주시니 그 품 안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간신히 발작을 가라 앉히고, 동네 병원으로 가 강아지를 않고 울부짖으며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병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제발 진료 좀 받아 달라고. 다행히 간호사들은 내 가방과 강아지 이동장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치료가 시작되었다.

사람은 이렇게 혼자 살 수가 없다. 나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이제 혼자서 너무 잘한다고 13년의 혼자인 생활 동안 이제 웬만한 건 혼자 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나에게 나약함이 드러났다.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퇴근하고 잠깐만이라도 와 달라고 주말에 잠깐만이라도 와 달라고.

앞으로 쓰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아껴두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듯 무능력하게 두 달을 보내야 한다. 벌써부터 나의 무능함이 나를 두렵게만 한다. 경제적 뒷받침, 일상생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을 텐데 고작 오른 손목 부러진 것 가지고 겁이 난다.

백수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더더군다나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무능하게 약만 들이키는 백수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부러진 건 손목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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