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손목이 부러졌다. 이게 바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하는 것일까 앞으로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손목뼈가 사선으로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앞으로 짧으면 한 달 반 길면 두 달. 그 조차 결과가 좋지 않으면 수술. 긴 시간을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짧은 글들로 나를 쓰면서 나의 대해서 조금씩 보게 되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본 나는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나의 대한 특별한 동정심을 가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또 자기 연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한테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 주려는 용기가 생기고 있었는데 다시 글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림도 그릴 수 없게 되었다.
마치 3년 전 그날 같다. 신토불이 토종이라 영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인인데 내가 하는 영어가 이 정도면 됐지 뭐.'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나의 영원한 부러졌다고 나의 자신감도 부러져고 내 삶도 부러졌다. 사실 지금은 더 이상 Hello라는 말 한마디조차도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내뱉는다.
뼈를 맞추는 과정은 너무나 아팠다. 온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의사 선생님께 제발 잠시만 멈춰다가 다시 시작하면 안 되냐고 울부짖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이 그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을 외면한 건 아닐까 싶다.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그 순간 나를 덮친 공포 때문에 공황발작 이 함께 왔고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 한 아주머니께서 나를 일으켜 세워 주시니 그 품 안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간신히 발작을 가라 앉히고, 동네 병원으로 가 강아지를 않고 울부짖으며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병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제발 진료 좀 받아 달라고. 다행히 간호사들은 내 가방과 강아지 이동장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치료가 시작되었다.
사람은 이렇게 혼자 살 수가 없다. 나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이제 혼자서 너무 잘한다고 13년의 혼자인 생활 동안 이제 웬만한 건 혼자 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나에게 나약함이 드러났다.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퇴근하고 잠깐만이라도 와 달라고 주말에 잠깐만이라도 와 달라고.
앞으로 쓰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아껴두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듯 무능력하게 두 달을 보내야 한다. 벌써부터 나의 무능함이 나를 두렵게만 한다. 경제적 뒷받침, 일상생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을 텐데 고작 오른 손목 부러진 것 가지고 겁이 난다.
백수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더더군다나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무능하게 약만 들이키는 백수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부러진 건 손목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