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지만 따뜻했던 그 해 2016년 12월.
대한민국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바람이 불었다.
매캐한 수류탄 향을 장례상에 태우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민주주의의 역사를 직접 겪지 못한 나로서는 2017년의 촛불은 잊을 수 없는 뜨거운 불결이었고 놀라움이었다. 근대 프랑스의 시민혁명이 전 세계 민주주의의 횃불을 태워 올렸다면, 현대 평화 민주주의의 불은 대한민국이 밝혔다고 떳떳하게 자랑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주된 목적이 "탄핵"이었을 수 있지만, 우리 국민이 무엇을 그토록 진정으로 염원했었나? 단순한 정권의 퇴진은 아니었다.
적폐 청산, 공정 사회, 바른 나라를 위해 그 매서운 겨울 수백만의 국민들이 함께 붙어 앉아 추위를 이겨내며 노래를 불렀다.
공무원은 절대 정치색을 띌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탄핵' 이전에 '바른 나라'와 '시민 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모 대학의 슬로건에 빗대자면 (아이러닉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이듯,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그 순간, 또다시 나는 나의 자리에서 내 자랑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늘 그랬듯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가 이 모습에 귀감을 받는 것. 그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더라도 바른 길을 걷는 대한민국 국민을 응원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창이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AP, CNN, Reuters, 수많은 매체들이 운영 중인 센터의 스탠딩 로케이션 촬영을 요청이 밀려들어 왔다.. 우리는 그 어떠한 편에 서서 그들을 서포팅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그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세종대로 추운 겨울 길바닥 위에서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세 시부터 해산하는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기자들과 함께 했다.
과자 몇 조각, 인스턴트 차 몇 개를 내어드리며 랜선, 조명등을 수시로 체크해주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함께했다. 그들의 취재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물론 그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고 "제가 함께했습니다!"라고 오만한 자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촛불 대신 촬영 조명을 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두어 달을 그들의 곁에 함께 머물렀다. 11시 해산 촬영까지 마치고 뒷정리를 끝내고서야 붐비는 시청역 과 광화문역을 피해 시청에서부터 동대문까지 바람 부는 청계천을 따라 걸어 동대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가끔은 그 길목에서 반대 시위로 또 다른 민주주의를 보여주시는 분들 (사적 정치적 견해를 떠나 그분들 역시 그분들만의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그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국민 역시 나의 자랑이었다.)이 가끔은 짓궂고 과격하게 젊은 이니 어련히 그러하리라 생각하고 버스 안에서 나를 다그친다거나, 길을 가는 나를 붙잡고 가르침을 주시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나의 '최선'이라는 이름 아래서 추억이 될 수 있음에 지금도 감사하다. 참 '부질없다. 그 최선.'이라고 내 마음의 상처를 본 내 주변인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 자존감의 원천이었다. '열심히 시멘트에 섞인 고운 모래 한 조각이라도 되어 길을 닦는데 쓰일 수 있다면' 여전히 나는 행복한 일개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