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속초-고성 프레스투어

by 아나스타시아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시는 분들의 쾌감이 이런 것일까?


늘 데생을 하고, 정형화된 채색기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현실화시킬 때까지 그 창작의 고통은 어마어마하지만 내 작품이 완성된 것을 바라보는 기쁨, 뿌듯함, '나야... 수고했어!'라고 그 누구도 칭찬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순간과의 만남.


나에겐 이 프레스투어가 그랬다.

윗사람 모두가 시큰둥해 말리던 프로그램. 아무도 관심조차 없어 나 홀로 열심히 던 투어였다.

경강선 프레스 투어에 이은 두 번째 스토리텔링식 프레스투어였다.


콘셉트는 '남북 만남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속초 아바이마을 피난민 집성촌을 방문해 직접 북한식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그곳에 피난 후 정착하게 되신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그 이후 간 곳은 DMZ 내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이자 금강산 관광 당시 문정성시를 이루던 곳인 명파리 취재와 금강산이 보이는 고성 통일전망대, 그리고 북으로 달리다 멈춘 철도가 위치한 제진역이 있는 동해 CIQ를 마지막 코스로 잡았다. 특히 명파리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마을이 폐허가 된 곳으로, 그 어느 곳 보다 남북관계의 물꼬가 다시 트이기를 기원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렇게 모두가 별로라고 콧방귀를 뀌어대던 프레스투어의 피드백은 엄청났다. A기자의 모 기자는 " 네가 나의 프레스투어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의 인식을 바꿔버렸어!라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게다가 보수적이기 그지없는 Washington Times에서는 내가 둔 포석 그대로 잡혀 들어 기사를 싣었다."

(물론 늘 그렇듯 그 공연은 이내 윗분들의 것이 되고, 보고서의 작성자 또한 바뀌었다.)


나같이 소심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했다기엔 믿을 수 없는 승부수였다.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바둑을 한 판 두고 대승을 거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프레스투어는 남들이 누가 뭐래도 내 인생 평생 남을 기획작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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