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도 나름의 '스펙 쌓기' 방법에서 엄두도 못 내었던 공모전에 응시하고 있다.
'생활비'충당을 위해 공모전에 응시를 한다는 것이 비참하기도 하고 내 꼴이 어이없기도 하다.
그 와중에도 부러진 손목 때문에 더 많이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동시에 그래도 이거라도 해볼 수 있는 게 어딘가 싶어 이내 그런 생각을 접는다. 이 조차 없었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이력서를 내는 것 빼곤 '열심'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일이 내 일상엔 없는데 볼멘소리를 낸다면 무언가 벌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처음으로 공모전에 당선이 됐다. 사람 욕심이 간사한 것이 대상도 최우수상도 아니라 3주 치 장 볼 돈(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정도만 상으로 받게 되었다. 나름 일의 현직에 있을 때 생각했던 것을 가시화시킬 수 있었던 공모전이라 돈뿐만이 아니라 내 수준에 실망을 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축하해주는데 나 홀로 내 마음에 와 닿질 않았다.
나는 이 일 빼고는 '자신 있게'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몇몇 곳에 뿌려둔 이력서 조차도 이런 결과를 낳는 건 아닐지 두렵기까지 하다.
이렇게 맹랑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오만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마음을 비우는 데는 상의 크기에 비해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내 마음 기저에 깔려있는 무의식 속 거만함을 거두어 달라 빌었다. 막막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척박해진 마음이 감사 함대 신 욕심으로만 가득 차버린 나를 이끌어달라 기도했다.
발표가 나고 일주일이 거의 다 되어가는 오늘에서야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이런 기회도, 이런 기회에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와 탤런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조급해 말고 쉬기만 해도 좋겠다던 내 모습을 조금은 다시 찾아 삐딱선을 타지 않게 되었다.
백수가 되고 나면 돈만큼이나 쉽게 잃어버리는 것이 고운 마음씨인 건가 하고 내 욕심을 합리화시켜보지만, 다른 멋진 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