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aidee!
새벽 도착이라 공항 근처로 숙소를 잡았었다. 예약한 숙소는 걸어서 10분 정도로 거리는 가까웠지만, 비포장도로라 캐리어를 끌기가 힘들고 밤에는 길이 많이 어둡다는 리뷰가 있어 택시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라오스에는 로카와 인드라이브 택시 어플을 주로 쓰는데 로카보다는 직접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인드라이브가 합리적이라며 감자씨는 한국에서 미리 어플을 설치하고 왔다. 역시 여행 한정 J답다. 새벽이라 택시가 잘 잡히려나 걱정했는데 인드라이브로 금방 택시를 예약할 수 있었다. 차종과 차번호를 읊조리며 지나가는 차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기다렸는데, 몇 분이 지나도 차를 찾기가 어려웠다. 어플 채팅으로 서로 정확한 위치를 묻고 답하다가 기사가 자기 차에는 번호판이 없다고 얘기를 했다. 괜히 찜찜한 마음이 들어 취소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진짜 번호판이 없는 혼다 차가 도착해 버렸다.
우리나라는 번호판이 없는 차는 불법이고 영화에서 보면 범죄를 위해 떼는 경우가 많아 혼자 잔뜩 긴장했다. 기사는 차에서 내려서 친절하게 트렁크에 짐을 실어주었고 숙소명을 다시 확인한 후 출발했다.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니 한국을 안다며, "Welcome to my home"이라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나는 그러한 호의에도 평소처럼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더군다나 숙소로 가는 길은 어두운 골목길을 이리저리 지나가야 해서 불안한 마음에 구글맵으로 경로를 주시했다. 이렇게나 경계한 게 무색하게 기사는 우리를 호텔 앞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무거운 캐리어도 번쩍 들어 내려주고 떠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라오스에서는 차를 사면 차량 번호판이 1~3개월 후에 나온다고 한다. 그냥 신차를 뽑은 지 얼마 안 된 친절한 기사님이었던 것이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공항 근처 알리 그랜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보증금 5만 낍을 냈다. 직원분은 영어를 잘 못하시는지 대부분 친절한 웃음과 바디랭귀지로 안내를 해주었다. 호텔은 유럽풍이었고, 저렴한 가격이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객실 내부가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무엇보다 창밖으로 메콩강 뷰가 보여 좋았다. 눈이 천근만근 무겁게 감겨오지만 미룰 수 없는, 면세품 언박싱을 하고 캐리어를 대충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메콩강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많이 피곤했는지 일어나지 못했지만, 마지막 날 비엔티안으로 돌아오는 기차 예약을 위해 6시 반에는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 기차를 예약했다. 안내문에 호텔 조식 카페가 7시 반 오픈이라고 적혀있어 오픈시간에 맞춰 내려갔다. 아직 불도 다 안 켜지고 직원들은 청소 등 오픈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너무 부산스러워 아직 주문이 안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가능하다고 해서 음식과 음료를 시켰다. 내가 시킨 돼지고기 볶음면과 레모네이드, 감자씨가 시킨 볶은 돼지고기 덮밥과 사과주스가 나왔다. 사과주스는 직접 청사과를 갈아서 프레쉬주스로 주는데 정말 맛있었다. 돼지볶음면은 육개장 같은 얇고 쫄깃한 면발에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매운 고추가 들어가서 매웠지만 맛있어서 계속 먹다가 점점 입이 얼얼해져서 결국 절반은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