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트윈 침대 중 하나의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옆 건물로 갔다. 리셉션 직원과 어젯밤 사태에 대해 의논(결국 어제 숙박비도 지불하라는 얘기) 후 드디어 원래 숙소로 체크인을 했다. 어젯밤 만났었을 수도 있는 코끼리 수건이 나를 반겼다.호화스럽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란나 스타일의 깔끔한 숙소라 마음에 들었다. ‘치앙’은 도시, ‘마이’는 새롭다는 뜻으로 치앙마이는 치앙라이로부터 천도한 란나 왕국의 신도시를 의미한다. 상공에서 봤던 네모 반듯한 올드시티가 란나왕국 때는 뉴시티였던 것이다. 란나왕국은 무려 700년의 역사를 이어오다가 태국으로 편입되었다고 한다. 이후 채 100년도 지나지 않아 치앙마이 곳곳에 란나라는 독특한 색이 묻어 있다.현대적이고 세련된 님만해민 지역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고유하고 전통적인 올드시티만의 멋이 좋다.
짐을 풀고 올드타운 거리를 걸어 가장 환율이 좋다는 사설 환전소인 슈퍼리치에 갔다. 준비해 온 100달러를 태국 바트로 환전을 한 후, 조금 걸어 내려와 아점을 먹기 위해 ‘블루누들’로 갔다. 갈비국수로 유명한 이곳은 점심시간 전부터 벌써 기다란 대기줄이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유독 유명한 건지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다만 거리를 지나가다가 긴 줄을 보고 엄청난 맛집이라 생각했는지 웨이팅 대열에 합류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눈에 띄었다. 땡볕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 갈비국수를 맛봤다. 국물은 뜨끈하고 담백했고, 갈비는 부드러웠다. 국수로 배를 채우고 고산지역 아카족 청년이 설립한 ‘아카 아마’에서 시원한 아아를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다.
날이 많이 더웠지만 선크림, 선글라스와 양산으로 무장하고 ‘왓 프라씽’으로 갔다. 왓 프라씽은 란나 양식의 치앙마이 대표 사원으로 금빛 탑이 눈길을 끌었다. 사원 안에는 정원과 크고 작은 법당이 있었다. 법당을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해서 계단 아래 신발을 벗어놓고 맨발로 장엄한 내부로 들어갔다. 처음엔 햇빛에 뜨겁게 달궈진 바닥과 찜통 신발에서 얼결에 해방된 양말바람이 너무 신경 쓰였는데, 화려하고 이색적인 장식과 불상에 마음이 뺏겨 이 법당 저 법당을 누비며 구경했다. 인근에서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나 사원 옆 학교로 가보니 학생들이 응원전을 하고 있었다. 초록, 분홍 색색의 단체티를 맞춰 입고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구령을 넣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작렬하는 태양에 못 이겨 근처 상점에서 시원한 코끼리 바지를 사서 갈아입고, 땡모반을 들이켰다.
두 번째 사원 ‘왓 쩨디루앙’으로 갔다. 한쪽이 무너져 내렸지만 거대한 석탑의 위용이 대단했다. 입구 앞 작은 법당 입구로 가서 습관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다 여성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어 멈칫하고 다시 신발에 발을 구겨 넣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은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문화의 차이라지만 여기까지 와서 법당 안이 어떨지 상상에만 맡겨야 하는 상황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실외에 있다가는 더위를 먹을 것 같아서 햇볕을 피해 란나포크라이프 박물관으로 피신했다. 전시 구성이 단순해서 구경할 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땀을 식히기에 제격이었다. 해가 어느 정도 떨어지고 박물관을 나오니 삼왕상 동상 앞에서 한 외국인이 길거리에 즉석 그래피티 아트를 하고 있어 구경을 하다가 올드시티 북쪽 창푸악 게이트로 향했다. 창푸악 야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카우보이 족발 덮밥 포장마차를 찾아 ‘카우카무’를 먹고 야시장 옆에 있는 ‘왓 록 몰리’라는 사원으로 갔다. 해가 졌지만 사원 안팎으로 조명이 밝았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키가 큰 석탑 앞에 소원을 적은 알록달록한 천이 수도 없이 매달려 있었다. 배를 식힐 겸 성벽과 해자를 따라 숙소까지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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