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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jera 비아헤라 Aug 18. 2024

[치앙마이 여행] 발로 하는 기도

Sabai Sabai

  매주 토요일 치앙마이에서는 숲 속 베이커리 마켓이 열린다. 뱀부 새터데이 마켓(bamboo saturday market), 나나베이커리에서 가져온 빵을 팔아서 나나정글 토요마켓이라고도 부른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지만 1시간 전부터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전날밤 잠들기 전에는 분명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갈까 싶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마음이 또 달라졌다. 서두를게 뭐 있어하고 침대 위에서 어기적어기적 늦장을 부리다가 그랩을 타고 10시 넘어서 정글에 도착했다.

  다행히 파장 전이라 마켓들과 음식은 남아있었지만, 나나베이커리는 워낙 인기가 있어서 빵 종류가 많이 빠져있었다. 가장 유명한 크루아상이 남아있어서 기쁜 마음에 빵과 수제 요거트를 사서 자리를 잡았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바나나 같은 큰 잎에 쌓여있는 로컬스러운 간식에 호기심이 일어 사봤는데, 차진 밥 위에 저민 망고가 올려져 있었고 찰밥이 달고 쫀득쫀득하니 정말 맛있었다. 음식들은 입 안 가득 신선하고, 주위는 온통 초록초록 수풀이 드리워져 있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풀벌레와 새 지저귀는 소리까지 더해져 마음까지 싱그러워지는 토요일 오전의 피크닉이었다.


  정글이 외진 곳에 있어서 한참을 걸어 큰길로 나와 왓 프라탓 도이수텝을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사원이 도이수텝 산 위에 있다고 들었는데 내린 곳은 산 초입이라 이상하다 생각하며 입구로 보이는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역시나 잘못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났다. 유리처럼 맑은 계곡을 길벗 삼아 산책로를 오르니 훼이깨우 폭포가 있었다. 한창 더운 시간에 산길을 오르느라 지쳐 계곡 한쪽 바위에 앉아 발을 담갔다. 차가운 계곡물이 닿으니 머릿속까지 찌릿하고 시원함이 전해졌다. 땀을 식힌 후 다시 내려가서 주차장에서 대기 중인 썽태우를 타려고 하니 할아버지가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불러 사람이 많은 치앙마이 동물원에 갈 요량으로 큰 길가로 걸어 나왔다. 때마침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썽태우가 있어 잽싸게 잡아타 아까 부른 가격의 반의 반 가격으로 왓 프라탓 도이수텝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한 기쁨도 잠시, 산 넘어 산으로 309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발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칸 한칸 올라 사원에 다다랐다. 온통 황금과 꽃들로 휘황 찬란 화려하면서도 장엄함이 있었다. 황금탑은 보수 중인지 황금장대들로 둘러싸여 그 위용을 온전히 뽐내진 못했지만, 기도하며 탑을 세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해서 꽃 한 송이를 사 경건한 마음으로 탑을 돌며 기도했다. 도이수텝 경치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 인싸 핀란드 아저씨가 말을 걸어와 짧은 영어로 잠시 스몰톡을 하다가 다시 썽태우를 타고 올드시티로 돌아왔다.

  수안독 게이트에서 내려 길 건너 치앙마이 국립도서관에 갔다. 내부로 들어가 멀뚱멀뚱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더니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한국어 코너도 있다며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한국인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한국인인지 알았지?'하고 의아하긴 했지만, 한국어 코너가 있으니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나 보다 싶었다. 특화서가를 만든 지 오래된 건지, 오래된 책을 기증받은 건지 10년 정도 지난 책들이 대다수였다. 읽어보고 싶었던 위화 작가의 제7일이 있길래 꺼내 들었다.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가끔 차 지나가는 소리만 나는 적막한 평화로움에 매료되어 한동안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완독하고 토요야시장으로 넘어가야지 싶었는데, 100쪽가량 읽었을 때 방충망 없는 창문으로 날벌레가 들어와 물어대는 통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운영종료 시간인 5시 전에 쫓기듯 나왔다.

  큰길을 따라 올드시티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야시장이 아직 서지 않아 발 닿는 대로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다가 왓 스리 수판이라는 실버사원을 발견했다. 규모는 크진 않지만 온통 은빛으로 둘러싸인 건물과 화려한 세공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해질녘 하늘도 사원을 따라 은빛으로 물든 듯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더위를 피해 용문양 틈을 파고들어 가 잠든 귀여운 고양이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 해줬다.

  구경을 하다 보니 저녁이 돼서 토요야시장으로 갔다. 바로 구워주는 립과 창맥주를 사서 공연을 즐기며 저녁을 먹고 마켓을 구경했다. 은반지, 은귀걸이, 은목걸이 은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아 눈을 반짝이며 구경했다. 청동으로 만든 반지를 파는 거대한 반지 산을 둘러싸고 관광객이 몰려있길래, 사람들 틈에 쪼그리고 앉아 반지 더미를 한참을 뒤적거린 끝에 마음에 드는 반지를 하나 골랐다. 이제 제법 어둑해진 밤거리를 한참을 걷고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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