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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Dec 22. 2023

가슴이 뛰다

동화구연 면접을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가슴은 여러 가지 이유로 뛴다. 무서워서도 뛰고 흥분하거나 불안해서 일 수도 있고 놀라서도 뛴다. 달리기 같은 격한 운동을 해도 뛴다.

오늘은 긴장하고 설레서 뛰었다.

     

동화구연 하기 위한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보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20여 분 동안 긴장감에 가슴이 뛰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두근거림을 넘어 뛰기까지 했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더 긴장되었다. 심장 뛰는 콩닥 소리가 경험 많아 보이는 옆 사람에게 들릴 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무엇인지 막연했으나 어렴풋이 동화구연도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이야기 할머니’라는 말은 흔해도 ‘이야기 할아버지’는 듣지 못했고, 정부지원사업으로 수행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도 여성을 대상으로 하기에 남자인 나는 생각뿐 관심은 멀었다. 또 말주변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급하게 연습을 했다.

준비 기간이 짧아 인터넷 동영상을 보아가며 따라 했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동물에 따라, 상황과 감정에 따라 목소리를 바꿔야 한다. 영상을 보며 혼자 연습하니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을 아이들 눈망울만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제자리다.

하루 이틀 연습으로, ‘한국인의 밥상’에서 최불암 배우나 ‘건축탐구 집’의 김영옥 배우의 말하듯 편하면서도 필요한 감정이 담겨있는 수십 년 배우 내공의 내레이션을 따라갈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을 하곤 했는데 그 배우의 노고나 고민을 가벼이 보지 않기로 했다.

      

면접은 연습만큼도 못했다.

이야기 대본은 면접 10분 전에 주어졌고 3개 중 하나를 선택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이야기를 골랐다. 시작은 감정을 유지하며 인물에 따라 다른 목소리로 낸듯한데 갈수록 그 소리가 그 소리 같았다. 중반부에 가서야 내 구연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후반부에 가서야 겨우 다시 가다듬었다.

      

면접장 문을 나오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엘리베이터 대신에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세듯이 걸어 내려왔다. 오늘 겨우 계단 하나를 내디뎠을 뿐이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뛰었다. 동화구연 모집 안내문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설레어 뛰었다.

      

며칠 후에 발표될 면접 결과를 받아보고 또 가슴이 뛰었으면 좋겠다. 설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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