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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카드 결제가 되는 이유

[핀테크 용어 토막 정리] VAN사

by JunWoo Lee

이전 시리즈에서 신용카드에 대해 알아봤다.


1편. 우리나라는 어쩌다 신용카드 강국이 됐나?

2편. 신용카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3편. 신용카드,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글을 연재하며 중간중간 함께 설명하고 싶은 개념들이 있었는데 복잡해질 것 같아 참았다. 대신 하나의 시리즈가 끝난 지금, 잠깐 쉬어가는 겸해서 핀테크 용어 토막 정리를 하려 한다.


그리고 그 번째 타자는 VAN사다. 신용카드의 드넓은 결제망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첫 타자로 정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해보자!



VAN사가 뭘까?


VAN사 신용카드사의 핵심 파트너다. 무슨 일을 하는 파트너냐? 쉽게 말하면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돈을 받아가는 파트너다.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해주는 파트너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일단 승인/전표 매입이라는 신용카드 특유의 결제 과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승인/전표 매입.. 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까 하나씩 단계적으로 알아보자.



배경 지식 - 신용카드 결제 과정


1) 승인

우리가 김밥천국에서 카드를 긁으면 결제가 승인됐다는 알람이 온다. 소비자는 보통 이때 돈이 오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직 김밥천국 사장님은 돈을 받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결제 승인이 됐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건 카드사에서 다음처럼 말하는 것과 같다.


"너가 긁은 카드 확인해보니 유효하더라. 그러니까 이다음은 나한테 맡겨!"


카드 정보를 확인한 카드사는 이후 소비자 대신 결제 과정을 진행한다. 김밥천국 사장도 이 점을 카드사와의 계약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돈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를 보내준다.


그렇다면 김밥천국 사장은 카드사로부터 언제 돈을 받는 걸까?


바로 전표 매입 단계가 끝난 후다.


2) 전표 매입

전표 매입? 어려운 말이다. 전표는 물론 매입도 모르겠다. 그러니 하나씩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전표는 영수증이다. 정확히는 카드 결제에 의해 발생한 영수증으로 거래 승인 번호, 가맹점 이름 등이 기입되어 있다. 영수증에서 아래와 같은 부분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출처 - 동아일보

소비자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도 거래 시 발생한 위와 같은 영수증 즉 전표를 챙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건 역시 카드사에게 매입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매입은 뭘까? 매입은 쉽게 말해 가맹점에서 모아둔 전표를 카드사에 제출하는 것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전표를 받아 거래를 다시 살펴본다.


타인에 의해 카드가 무단 사용되지 않았는지, 실수로 두 번 결제되지 않았는지 등 거래의 오류가 있는지 살핀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카드사는 거래를 확정하고 대금을 가맹점주에게 지급한다.


이렇게 확인하는 이유는 카드사도 결국 남의 돈을 빌려 회원 대신 돈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금 운용의 리스크(비용)를 줄이기 위해선 승인/매입 과정을 두고 지급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


살펴보니 단순한 것 같았던 신용카드 결제 과정이 꽤나 복잡하다. 특히 전표 매입 단계가 그렇다. 카드사가 한 두 개인 것도 아닌데 일일이 전표를 제출하려면 얼마나 복잡하고 귀찮을까? 가게 일하기도 바쁜 가맹점주에겐 너무 혹독한 일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번 글의 주인공 VAN사다. 배경은 알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VAN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VAN사가 결제에 날개를 달아줘요!


신용카드 결제 과정이 복잡한 건 가맹점주는 물론 카드사도 원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종의 중개인을 구했고 그것이 바로 VAN사다. VAN사 앞서 얘기한 카드 결제 과정에서 승인/매입 단계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중개해주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 우리는 가게의 계산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그곳이 바로 중개 센터이기 때문이다.

카드 리더기&POS기

우리는 계산대에서 위와 같은 결제 단말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없으면 카드 결제가 안되기 때문에 국내에선 대부분의 가게가 필수적으로 도입한다.


그리고 가게 사장이 결제 단말기를 구할 때 VAN사가 나타난다. VAN사는 가게 사장에게 자사의 중개 프로그램이 설치된 결제 단말기를 공급한다.


프로그램은 카드 리더기를 통해 소비자의 카드 정보를 받아 VAN사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해를 위해 소비자가 카드를 긁은 후 3초 내외의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한번 확인해보자.

VAN의 역할 1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신용카드 승인 과정이 이뤄진다. 승인이 되면 앞서 말한 대로 돈은 오가지 않고 소비자 신용카드 한도만 깎인다.


그 후 소비자와의 거래로 쌓인 영수증과 전자 서명들은 POS기 안에 전자 문서 형태로 저장된다. 그리고 POS기에서 매입 신청을 하면 VAN사 시스템에 따라 전표는 각각의 카드사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가맹점주는 카드사들에게 일일이 매출 전표를 보낼 필요가 없어졌다. VAN사가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이미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VAN의 역할 2

그리고 VAN사는 위와 같은 중개 역할을 하며 카드사로부터 수고비를 받는다.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받기 때문에 VAN사 입장에서도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많이 쓸수록 좋다.


그래서 VAN사는 신용카드의 결제망을 넓히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누군가 가게를 열면 VAN사에서 영업을 해서 단말기를 깔아주고 카드 결제와 관련된 교육 및 관리를 해줬다. 그들 덕분에 카드 결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영업자들도 가게에 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신용카드가 지금처럼 드넓은 결제망을 갖게 된 것이 VAN사 덕택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VAN사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카드 결제망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다. 가게에 결제기가 없는 경우는 물론 있더라도 모든 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비자 카드는 결제가 되는데 유니언 카드는 안되는 식이다.


그러니까 결국 신용카드와 VAN사는 한 배를 탔다고 볼 수 있다. 그 둘은 지금까지 협력하며 언제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는 신용카드 결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VAN사에 대한 마무리 정리를 한번 해보자.


1. 가맹점/카드사 모두에게 불편했던 승인/매입 과정

2. 귀찮은 건 VAN사가 대신 해줄게!

3. 결제 단말기를 기반으로 중개 역할

4. VAN사의 협력으로 카드 결제망 확산 가속화

5. 지금과 같은 드넓은 카드 결제망의 탄생


함께 신화를 만들어온 카드사와 VAN사. 그런데 최근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며 VAN사 또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 30% 정도의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카드사의 그림자와도 같은 VAN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VAN사의 어려움도 매스컴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VAN사가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수수료 관련 정부의 압박이 점차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편리한 결제 생활에 크게 기여한 VAN사가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그러니 VAN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우리라도 그들의 어려움에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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