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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Aug 28. 2019

플랫폼 노동자를 해방할 권리

GDPR - 데이터 이동권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은 2018년 5월부터 시행된 EU의 개인정보보호 법령이다. 유럽 의회에서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통합 규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존 규정보다 몇 가지가 더 강화, 추가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새로이 추가된 데이터 이동권이다. 해당 권리는 21세기에 새로이 나타난 타입의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 데이터 이동권이란?


데이터 이동권은 사용자가 특정 플랫폼에서 형성한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데이터 이동권은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데이터 이동권

데이터 이동권이 강화되면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회사들은 사용자가 스스로의 데이터를 타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당연하게도 기존 IT 플랫폼 회사들의 반발을 살 것이다. 자신들이 어렵게 모은 데이터를 타사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간 데이터들이 과연 그들만의 것일까? 물론 그들이 기여한 바가 굉장히 크겠지만 사용자가 없었다면 플랫폼은 그냥 빈 공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 데이터 형성의 핵심은 사용자라는 얘기다. 데이터 이동권은 그런 사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 플랫폼 노동자는 뭘까?


위에서 설명한 데이터 이동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사용자는 플랫폼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선 플랫폼 노동자가 뭘까? 우버 드라이버를 한번 떠올려보자.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 - 우버 드라이버

우버 드라이버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그들의 노동과 그에 따른 보상은 우버라는 플랫폼을 전제로 한다. 즉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에 기반하여 노동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른다. 우버 드라이버 외에도 배달 대행앱의 배달원, AirBnB에서 방/트립을 제공하는 호스트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3. 플랫폼 노동자들의 종속을 풀어줄 권리


초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감사했다. 플랫폼 덕분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안 좋은 면들도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어버린다는 문제였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히 노동 이력과 사용자 후기 데이터 때문에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우버 드라이버 - 운행 이력과 사용자 후기

플랫폼 노동자가 플랫폼에서 확보한 노동 이력과 긍정적인 사용자 후기는 그들에게 든든한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자산이 플랫폼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예를 들어 우버 드라이버는 자신의 운행 이력과 사용자 후기 정보를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를 단일 플랫폼에 종속시켜버린다.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면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로 베이스에선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도 어렵고 서비스의 추천 시스템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즉 플랫폼 노동자의 데이터가 한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그들의 선택권 또한 제한되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몸 담고 있는 플랫폼이 운영을 개떡 같이 하더라도, 혁신적인 플랫폼이 새로 나왔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생계가 달린 문제임에도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데이터 이동권이 보장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데이터 이동권이 보장되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신이 특정 플랫폼에서 쌓은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버 드라이버는 자신이 우버에서 쌓은 운행 이력과 사용자 후기 정보를 리프트, 그랩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데이터 이동권으로 플랫폼 내에서 형성된 데이터는 더 이상 부동산(不动产)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그들이 보다 더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물론 위의 단계까지 가기 위해선 해결되어야 할 조건들이 많다. 앞서 말한 기존 기득권 기업들의 반발이 대표적이다. 어쨌든 데이터는 그들의 자산이기도 하니 풀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정보 주체의 권리뿐만 아니라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서도 데이터 이동권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으면 한다. 정보가 석유인 시대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회사는 독점 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존재는 시장 경쟁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GDPR이 발효된 후 세계 각 지역에서도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앞으로 데이터 이동권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많은 이들의 관계가 얽힌 데이터 이동권, 어떻게 나아갈지 한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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