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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기

비워야 보이는 것들

by 백검

사람의 마음은 항상 변하는 같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부동한 나이대가 되면 생각이 점차 달라지는 같다.


마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처럼,

처음에는 온몸에 힘이 넘쳐 당장이래도 끝낼 같지만 하프정도 지나면서 슬슬 체력이 빠지기 시작하고 , 30킬로 지점을 지난 후에는 몸이 무거워지고 포기와 견지 사이에서 망설이게 되고 그 정점인 데드포인트 직전에는 리듬이 완전 깨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듣기고 호흡이 힘들 정도로 가빠져 이러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데드포인트를 지나면 신기하게도 몸상태가 다시 점차 회복되는 그 희열을 느끼게 된다. 마라톤을 겪다 보면 이 모든 것이 담담해지고, 몸의 한계를 깨달으면서 몸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지나온 나 그리고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니 그런 같다.

20대 초반, 대학을 금방 졸업했을 때는 세계가 손바닥 안에 있는 같았고 내가 노력만 하면 하늘의 별이라도 딸 것 같은 자신감에 충만되어 있었다면

30대 때부터는 모난 돌이 정에 맞는 것처럼, 개인적인 생각들이 하나둘씩 회사라는 집체 속에서 가라앉는 느낌이었고; 40대부터는 원래 종사하던 IT업종에서 관광업으로 궤도를 바꿔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이래도 되는 건지 고민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50고개를 넘어설 즈음에 코로나도 발생하고, 주변에 시름시름 않다가 혹은 불상사로 저승으로 간 친구들도 하나 둘씩 늘다보니 생각이 확 바뀌었다. 금전과 지위나 명예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고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일상에서 건강과 가족과 친구를 더욱 생각하게 되였다.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 가족 친구 등 꼭 사랑해야 만 할 것들과 포기해도 괜찮은 것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 것이다.


친구가 선물한 보이차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서인지 커피의 맛도 예전과 달라진 같다.

커피는 그대로인 데 마음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니 혀끝으로 전해오는 그래서 느껴지는 커피맛이 변한 같다.

과거 전쟁터 같은 직장생활에서 잠시만의 충전시간을 안겨주었던 카푸치노도, 반복된 일상에 찌든 나에게 잠시나마 단조로움을 잊게 했던 아메리카노도, 그리고 슬픈 마음을 달래려고 아주 가끔 마시던 아이리시 커피도 본연의 맛이 점점 멀어져 간다.


일과 커피가 자석의 S극과 N극처럼 서로 끌어당기던, 그래서 반사적으로 사무실에 가면 우선 커피머신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야 일이 잡히던 때가 있었다. 조건반사적으로 그리고 기계식으로....

많을 때에는 하루에 거의 10잔 까지도 마셨는데.....


그런 생활을 때려치우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차를 찾게 된다. 차를 몇 잎 집어 혹은 머그잔에 혹은 사발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바닥에 가라앉은 차가 점차 피여 오른 다음 식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마시면 된다.


차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길가에 꽃이 보이고, 노래하는 새들 소리가 듣기고 풀잎을 스치는 봄바람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일상의 번뇌를 비워두고 그 공간에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조금씩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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