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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Jun 01. 2021

소유의 공포

가지는 것과 빌리는 것

햇빛 좋은 날 강변 레스토랑에서 남편과 점심을 먹다 보트 이야기가 나왔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아우라 강에서 아이와 놀이공원 찻잔처럼 빙글빙글 돌려서 조종할 수 있는 låna 보트를 빌려 타보면 좋겠다고 하다가, 그때 아이가 관심을 보였던 건 침실이 딸린 엔진 보트란 이야기를 한다.

보트를 사는 게 문제가 아니야. 기름값, 수리비, 보관할 장소와 비용 같은 게 문제지.


 그리고 물론 그런 것들을 알아보고 준비할 시간과 노력도 말이다. 사실 나는 차 한 대도 매년 동절기/하절기 타이어를 바꾸고 정기점검하는 것이 매우 귀찮은 사람이다.


주변에 섬이 많으니 보트를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고, 코로나 사태로 시작된 반격리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보트는 어려워도 작더라도 별장을 하나 살까 하는 마음에 부동산 사이트를 기웃거린 지도 오래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별장이란 화장실이 없거나 푸세식인 것부터 전기와 수도가 갖춰진 세컨드 홈까지 다양하다.


그림 같은 풍경에 배를 타고서만 접근할 수 있는 호젓한 곳에 있는 별장은 상상만 해도 로맨틱하지만, 가까운 슈퍼가 최소 4km 이상,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면 쉬는 곳이 아니라 의무감에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 곳에서 쉬다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한다면?)

 게다가 땅이 개인이 아니라 시 소유라면 루이살로처럼 입지가 좋은 곳일수록 연간 임차료도 제법 된다. '그 돈이면 장소 바꿔 가며 호텔에서 자겠'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달까. 워낙 매물이 적어 전기와 수도가 갖춰진 소형주택도 보는데, 이 경우엔 매월 지출할 난방비와 공과금도 만만치 않다. 또한 주말이나 휴가 때만 쓰는 집이라면 관리 문제나 도둑이 들 위험 같은 것도 생각하게 된다.

https://youtu.be/QQNsopiiPqs

Lumo라는 핀란드의 주택임대업체는 주택 마련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에 소구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마야, 그녀는 '집'과 '대출'을 외치는 사회에 염증을 느낀다. 미래를 함께하고픈 남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네가 소유하는 것들이 결국엔 너를 소유하게 될까 봐 두려워해 본 적이 있니?


에리히 프롬의 저서 제목처럼 "소유냐 존재냐"라는 고민에 대한 소시민의 해결책으로 우리는 보트나 별장 대신 텃밭을 빌려 보기로 했다. 이번 여름엔 작물들에 물을 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같은 곳을 방문하는 일이 얼마만큼 지루하거나 번거로운가 한번 해볼 참이다. 실은 시어머니 텃밭 근처이고, 그마저도 시누이네와 이 빌린 땅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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