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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Jul 01. 2019

D-day

생각보다 너무 슬프잖아

날이 밝았습니다.

2월 18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캐나다로 가는 날이!


 부엌에서는 음식 만드느라 분주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고 현관문 앞에는 어젯밤 싸 놓은 커다란 캐리어 두 개가 장승처럼 서있습니다. 평소처럼 씻고 평소처럼 편한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준비를 하지만 뭔가 느낌은 남다른 오늘입니다. 할머니가 미리 챙겨주신 돼지갈비와 어머니가 갖가지 양념을 넣어 만드신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고(아침 메뉴라기엔 살짝 과한 감이 없진 않지만)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TV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 날 이후로 잡곡밥은 한동안 먹지 못했다죠..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오늘이기에 단단히 채비를 합니다.

강원도 원주.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편리한 공항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 뒀습니다. 그리고 이제 진짜 떠날 시간. 배웅해주시기 위해 일부러 출근 시간까지 미룬 어머니와 형이 터미널까지 같이 와주었습니다. 버스에 오르기 전 같이 사진 찍으며 애써 웃어 보였지만, 마음 한편에 가득한 설명 못할 감정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듯합니다. ‘더 이상 망설이면 버스 놓친다!’라고 스스로 다짐한 뒤, 맨 앞 3번 좌석에 앉아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고 나니 버스는 얄미울 정도로 정확한 시간에 터미널을 나섭니다.


 정말 손을 흔들 때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잘 다녀올게, 걱정하지 마.”라고 연신 소리 없이 창 너머에 외쳤지만 가족들이 시선에서 사라지는 순간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 버렸습니다. 1차로 휴지를 꺼내 닦을 새도 없이 그냥 떨어져 버리는 눈물에 스스로 적잖이 당황하고, 2차로 다른 승객들이 보지 않게 고개 숙여 소리 없이 헉헉대며 우느라 바쁩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따로 없죠. 누가 보면 아예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라도 가는 줄 알 정도로 몇 분간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아마 맨 앞자리였으니 기사님은 거울 너머로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누가 보건, 누가 듣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제 떠나고, 가족들을 당분간 볼 수 없으며,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했기에, 감정에 충실했습니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휴게소 한 번을 들른 후 인천 국제공항 제1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내리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후다닥 내리고 보니, 제 옆엔 가족이 아닌 얄미운 캐리어 두 개만 놓여있었습니다. 항상 즐겁고 기쁘게 왔던 공항은 새로운 도전의 장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과정은 처음이었습니다. 수하물 무게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체크인을 하는 것도, 공항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자극적인 한국음식을 고르고 골라 먹는 것도.


메뉴판에서 가장 매워 보이고 가장 짜 보였던 음식

 

 만으로 24살이 된 이제까지 이 모든 걸 누군가가 대신해주었다는 생각에 창피하기도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내가 스스로 해간다는 생각에 또 으쓱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출국장을 나서고, 미처 챙기지 못한 로션을 면세점에서 구매 한 뒤(그렇게 확인에 확인을 했는데 꼭 빼놓은 게 있더라고요.) 몇몇 친구들과 이별 통화를 하니 어느덧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곳을 나서면 나니아 연대기 옷장 처럼 새 세상이 펼쳐지려나



“이제 드디어 갑니다. 캐나다로!”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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