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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재 Oct 05. 2022

103. 무릎상처없는 사람없다.

엄마 배속에서 10달을 기다려야 비로소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오랜 기다림에 맞이한 세상이건만, 갓난아기 스스로 할수 있는 일이란 울거나 엄마젖을 먹는 것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움직여 기어다닐 수 있게 된다. 드디어 세상을 향한 위대한 출발이 시작된다. 그러나 아직 서거나 걷지는 못한다.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극복된다. 처음엔 스스로 일어서려고 수많은 엉덩방아를 찧게 마련이다. 그런 후엔 한 발짝 한 발짝 혼자서 걸음마를 배운다. 스스로 걷는다. 아직 다리에 힘이 없어 뒤로 자빠지거나 앞으로 넘어지기 일쑤이다. 하얗던 무릎에 어느새 상처가 하나씩 늘어간다. 수많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연습을 거듭하면 드디어 걸음마는 완성된다. 성장이다. 


무릎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걷는다는 목표달성을 위해서, 무릎의 상처는 통과의례다.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무릎이 부딪치면 멍이 들고, 무릎이 까지면 피가 난다. 무척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무릎의 상처가 계급장처럼 늘어 갈수록, 조금씩 걸음마의 완성도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라는 수필을 썼다. 갑론을박으로 세상을 몹시 시끄럽게 만들었다. 아마도 자극적인 제목 탓일 듯싶다. 책 제목대로라면, 모든 청춘은 아파야만 할 것 같고, 아픈 게 당연하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청춘이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를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현재 가진 것보다 앞으로 가질 것이 더 많은 나이다. 삶은 움켜쥐는 것과 같다. 아무리 인생이 공수래공수거라지만, 죽음 전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은 늘 뭔가를 가지려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나 또한 그렇다. 그것이 걱정이고 고민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갈구가 인간의 탐욕인 듯하다. 그래서 만족에서 비롯되는 행복보다, 불만족에서 오는 불행이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만족이란 변화가 없는 정체된 삶이다. 정체된 삶은 진정 살아있는 삶이 아니다. 삶은 바람 같은 변화가 있어야 삶이 충만할 수 있다. 변화가 삶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늘 새로움을 동반하기에 우리에게 어색하고 낯설어 피하고 싶게 만든다. 마치 학창 시절 학년이 바뀌면 같은 반 친구들과 헤어지고 다른 반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보내야만 하는 일주일과 비슷하다. 때때로 변화는 아픔을 초대한다. 성장통이다. 희생없이 성공을 쟁취할 수 없다는 군사정부 시절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김난도 교수의 수필,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라는 제목을 "꿈이 있어 변하니까, 청춘이다."으로 바꿔보면, 논란 많았던 이 저자의 의도가 조금은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미국의 교유자, 존 쉐드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춘도 한때다. 한번 지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청춘이 더 소중한 듯싶다. 굳이 뭔가가 되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찾으려 애쓰고, 이를 향해 모든 걸 던져 몰입해 보면 어떨까? 비록 그것이 어색하고 낯설며 때론 두렵고 힘들어 아플 수도 있겠지만...


문뜩 내 무릎상처가 몇개 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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