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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재 Dec 27. 2022

117. 시간 선물

     고마워? or 미안해?

"고마워"와 "미안해"는 얼핏 반대말 같지만, 사실 같은 상황에서 둘 다 쓰일 수 있는 표현이다. 단지 제쓰임의 선택은 말하는 상대방 태도나 표정에 달려 있다. 


누군가 내 일을 대신해 준다면, 그것은 엄청난 내 시간의 절약이다. 시간은 저축할 수 없기에, 타인의 호의나 배려로 생긴 시간은 크나큰 선물이다. 내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이 경우, "고마워"라고  말해야 할 것 같지만, 때론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이 보다 더 적합한 경우도 생긴다. 


가령,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퇴근한 남편이 집에 돌아왔는데, 집안은 엉망인데 아내가 소파에 누워 고이 잠들어 있다면, 이를 본 남편의 기분은 어떨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면,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집안을 청소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짜증을 내면 청소를 한 후, 아내를 깨워서 상한 기분을 풀려고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집안이 청소된 것을 알게 된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시간선물을 받은 것이다. 깨끗해진 집안에 아내는 고마울 수도 혹은 미안해 할 수도 있다. 아내를 대신해 청소한 남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를 바라본다면, 아내는 "고마워"라고 남편에게 말하겠지만, 만약 찡그린 표정에 화난 얼굴을 한 남편을 본다면, 아내는 "미안해"라고 남편에게 말할 것이다. 말은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란? 함께 모여사는 공동체 속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이해가 충돌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에 함께 모여 산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상처 주는 가시 돋친 말보다 서로를 위로하며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말에는 천냥 빚도 갚을 만한 강력한 힘이 있지만 동시에 엄청한 화를 자초하는 날카로운 가시도 존재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말이다. 이쁜 말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이쁘게 말하려 노력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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